요컨대 민식이법을 둘러싼 논란은 '아동 보호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어디까지 설정해야 하느냐는 논의의 끝에 있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이른바 '셧다운제', 청소년 보호와 관련한 '인터넷 규제' 등과 결을 같이한다. 개정 찬성론자 사이에서 "아동은 부모가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다소 거친 주장이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국가의 아동 보호 책무 측면에서 보면 민식이법의 개정 취지가 이해는 간다. 정부는 올해 전국 어린이보호구역 중 교통사고 우려가 큰 지역에 무인교통단속장비 2087대, 신호등 2146개를 설치한다. 뒤집어 생각하면 그간 '보호구역'이란 이름과는 달리, 어린이들이 안전장치 없이 방치돼 있었던 셈이다. 범칙금과 과태료 상향도 이런 맥락에서 납득이 가능하다. 다만 '처벌의 불합리함'에 대한 논란은 정리가 필요하다. 현행법대로라면 관련 소송은 이어질 것이고, 판례가 나오기 전까지 운전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국가가 아동을 보호하면서 다른 구성원의 자유를 침범한 것은 아닌지 뒤돌아봐야 한다.
민식이법이 '여론'과 동떨어져서는 안된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 국가는 현재 민식이법 반대론자에 대해 '설득'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학생들이 등교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청장이 "민식이법 덕분에 어린이 사고가 줄었다"고 말하는 것은 섣부른 설득의 태도에서 나온 실수다. 국민청원을 통해 나온 청와대의 입장 역시 마찬가지다. 포털사이트 댓글이나 커뮤니티 글 일부에 휩쓸리라는 말이 아니다. 면밀한 여론 파악을 통해 법안 자체의 문제점을 찾아야 한다. 이를 통해 취지에 맞는 민식이법으로 거듭나야 한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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