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약탈적 경제정책" 비판
협력 주장하며 ‘신남방정책’ 언급
코로나19 이후 중국과 '신(新)냉전'에 들어간 미국이 본격적 대(對)중국 포위 전략을 발표하고 한국을 비롯한 동맹들에게 참여를 촉구했다.
협력 주장하며 ‘신남방정책’ 언급
미 백악관과 국방부는 21일(현지시간) 국방예산과 관련된 국방수권법 규정에 따라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직인이 찍힌 보고서에는 중국에 맞서 국방부, 국무부 등 범정부 차원의 대중국 정책 방향이 담겼다.
미 정부는 보고서에서 1979년 미·중 외교관계 수립 이후 중국이 세계적으로 건설적이며 책임 있는 역할을 하기 바랐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 공산당이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정치와 경제, 군사적 역량을 확대하면서 미국의 핵심 국익뿐만 아니라, 전 세계 국가들의 주권과 존엄성을 침해하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국제 질서를 중국의 국익에 맞게 바꾸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미 정부는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계획을 약탈적인 경제정책 사례로 들면서 중국이 한국과 호주, 캐나다, 일본, 노르웨이 등을 상대로 무역과 관광 제한 정책 등을 펴고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정부는 이에 맞서기 위해 동맹과 파트너, 국제기구와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긍정적인 대안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 정책'을 예로 들며 미국이 일본과 인도, 호주 등 인도·태평양 인근 국가들의 국제 전략과 상호 일치하는 접근법에 맞춰 협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압박은 보고서 밖에서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 정부가 홍콩에 국가보안법 제정을 논의하겠다고 밝히자 기자들과 만나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면서도 "만일 그런 일이 일어날 경우 우리는 해당 문제를 매우 강력하게 다루겠다"고 말했다. 이날 미 상원 여야 의원들은 '홍콩 자치법'을 발의하고 국가보안법을 강제하는 중국 관리나 단체를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이러한 압박을 국제적인 조약으로 묶어 새로운 질서로 안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조만간 러시아와 만나 2021년 2월 만료되는 장거리 핵무기 제한 조약(신 전략무기감축협정)을 대체할 새 조약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관계자는 미국이 새 핵군축 조약에 중국을 참여시키기 위해 외교 및 경제적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날 미 정부는 2002년 발효된 항공자유화조약을 탈퇴하겠다고 밝혀 기존 체제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해당 조약은 러시아 및 34개국이 참여한 조약으로 군사 활동에 대한 투명한 감시를 위해 회원국 간 자유로운 비무장 공중정찰을 허용하는 조약이다.
한국처럼 미·중 양국과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국가들은 미국의 행동에 입장이 난처해졌다. 미 정부 관계자는 이달 4일 외신들을 통해 디지털 산업에서 에너지, 무역 등 모든 국제 경제 교류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경제 동맹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 건설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9일 연설에서 한국과 베트남, 뉴질랜드, 일본, 인도, 호주를 세계 경제 발전을 위한 미국의 "친구"들이라고 지목한 뒤 5세대(5G) 이동통신 구축과 관련해 중국 기업을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 발언록에 따르면 키스 크리크 국무부 경제 차관은 20일 기자 간담회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5G 발언을 반복하고 미국의 동맹들도 중국 업체 차단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pjw@fnnews.co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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