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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갈등, 팬데믹 공포… 글로벌 1등 기업도 생존위해 전략 다시 짠다 [글로벌 리포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24 15:34

수정 2020.05.24 15:40

美中 충돌 최대 희생양, IT업계
트럼프, 화웨이·하이실리콘 조준
반도체 업체 TSMC까지 불똥
중국은 애플·시스코에 반격 준비
우량기업도 무너뜨린 코로나
항공업계 줄줄이 감원·인수합병
코카콜라 매출 전년비 25% 감소
건설업계는 공사 멈추며 자금난
G2 갈등, 팬데믹 공포… 글로벌 1등 기업도 생존위해 전략 다시 짠다 [글로벌 리포트]


【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코로나19 팬데믹 충격에 미·중 갈등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줄줄이 위기에 봉착했다.

현금 보유량을 늘리고 직원을 줄이는 등 각자도생을 모색하고 있지만 경기하방 압력이 거세 이런 대책만으론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

'최대''1위' 호칭을 가진 업계 대표기업들의 고전은 불안감을 더한다.

하지만 대응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기업들은 거래처의 다변화와 상품의 단순화 등을 주문한다.


또 업종의 한계를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발등에 불, 글로벌 IT 업계

24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정보통신(IT) 업계다. 팬데믹 이후 중국과 다툼을 이어가던 미국이 화살을 중국 최대 통신업체 화웨이로 돌리면서 촉발됐다.

미 상무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산 반도체에 대해서만 대화웨이 수출에 제동을 걸었던 기존 조치에서 '미국산 장비나 소프트웨어, 기술이 들어간 해외기업'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수출 규정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조치는 화웨이 본사는 물론 하이실리콘 등 화웨이 자회사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업체에도 적용된다.

이렇게 되면 반도체 해외기업과 화훼이가 미국의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를 거래하거나 반도체 설계를 활용할 경우에도 모두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조건을 맞춰 승인을 받으면 걱정할 것이 없다. 하지만 미국이 국가 안보(화웨이 장비를 이용한 중국의 감청)를 이유로 대부분 반려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로 인한 파급이 화웨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화웨이 제품의 미국산 부품 비중은 크지 않지만 미국 기술이 들어간 해외기업을 적용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현재 세계 반도체 생산 기업 중 미국 기술을 쓰지 않는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대만의 TSMC가 대표적이다. 이 기업은 최첨단 반도체 제조공정에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AMAT) 등의 제품을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로 인해 미국의 제재가 오는 9월부터 본격 발동되면 반도체 거래에 앞서 미국의 허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TSMC도 이를 감안해 미국의 제재 발표 며칠 만에 화웨이의 신규 수주를 중단했다. 또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달러(약 14조8100억원)를 투자해 5㎚(㎚는 10억분의 1m)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TSMC는 스마트폰 중앙연산처리장치(CPU)나 5G 기지국 전용 부품 등 화웨이가 자체 설계한 반도체 제품의 제조를 맡아 왔다. TSMC의 전체 매출 중 화웨이와 거래 비중은 10%에 달한다. 즉 TSMC는 미·중 갈등 속에서 변화하는 반도체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화웨이를 버리고 미국을 선택하면서 생존전략을 마련한 셈이다.

화웨이 입장에선 당장 위기다. 중국 정부의 지원이 언제 효과가 나올지 장담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스마트폰 생산 공장 자체를 멈춰야 할 상황이 올 가능성도 있다. 화웨이는 급한 대로 미국의 제재가 시작되기 전 계열사를 통해 7억달러(약 8664억원) 규모의 재고 확보에 나섰다. TSMC가 화웨이 계열사의 발주를 수용했는지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중 갈등의 파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화웨이가 스마트폰, 5G 이동통신장비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 이들을 주요 고객사로 둔 반도체 및 관련 부품기업 모두 전례 없는 경영 불확실성에 놓일 수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 한국, 일본 등 각국 전자 부품기업에 부정적 영향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ZTE(중싱통신) 등 중국 다른 통신업체들은 미국 내 판매금지 행정명령 1년 연장의 사정권에 이미 들어왔다. 중국의 반격 대상에 오른 애플, 시스코, 보잉 등도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흔들리는' 최고·최대·1위 기업

코로나19가 글로벌 이동을 차단하면서 가장 출혈이 심한 곳 중 하나가 항공업계다. 항공업계의 비명소리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퍼지고 있다. 영국 항공기엔진 메이커 롤스로이스 홀딩스는 전체 직원 5만2000명 가운데 9000명을 감원하고 공장 일부 폐쇄까지 검토하고 있다.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의 경우 관리직 직원 최소 3400명 정리해고를 위한 관련 절차에 들어갔다.

경영난을 겪던 태국의 국영항공사 타이항공은 코로나19 사태를 이기지 못하고 법정관리에 착수했으며 호주 1위 항공사인 콴타스 항공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수요절벽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유럽 최대 규모 지역항공사인 플라이비는 자국 항공사 버진애틀란틱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에 인수됐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코로나19로 인한 올해 글로벌 항공사들의 매출 손실을 최대 1130억달러(약 139조5200억원)로 보고 있다. 비행기가 뜨지 않으니 공항도 적자다. 세계 최대 공항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국제공항은 1분기 이용객이 전년동기 대비 19.8% 줄었다.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의 데이브 캘훈 최고경영자(CEO)는 "항공 산업에 대한 위협이 심각하다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면서 "미국 주요 항공사들이 폐업에 내몰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외식 및 여행업계에서 각각 글로벌 1위를 달려온 코카콜라와 익스피디아도 흔들리고 있다. 코카콜라는 4월 기준 전세계 매출이 1년 전보다 25% 감소했으며 익스피디아는 자금난 때문에 10억달러(약 1조2300억원) 규모의 자사 지분을 사모펀드에 매각할 계획이다. 200여년 전통의 독일 대기업인 티센크루푸는 기업의 모태 사업인 철간 부문을 매각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인수합병(M&A)도 거론된다.

건설업체도 코로나19의 바람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4월 신규주택 착공수는 전달보다 30.2% 급락했다고 미 상무부는 전했다.
1959년 이후 역대 최대 감소폭이다. 중국의 영세 주택 건설업체 100여곳은 코로나19 발병 후 2개월 이상 모든 공사가 중단되면서 주택 선분양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파산신청을 했다.


세계 최대 음료 브랜드인 코카콜라의 제임스 퀸시 최고경영자(CEO)는 미 CNBC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이 이제 막 시작됐으며 경제 회복은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랜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jjw@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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