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중고거래도 언택트… "투명박스 속 물건 직접보고 거래를" [fn이사람]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25 17:48

수정 2020.05.25 19:58

김길준 파라바라 대표
자바 독학해 2주만에 초안 제작
보관함 설치 절차 까다로워
잠실역 등서 게릴라 전시도
강남구청장에 손편지 써 승인받아
스포츠센터·연세대 등 3곳서 운영
중고거래도 언택트… "투명박스 속 물건 직접보고 거래를" [fn이사람]
"중고거래를 좋아하는데 직거래할 때마다 쉽지 않았어요. 모르는 사람 만나는 게 부담도 되고요."

오프라인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 '파라바라'를 만든 김길준 대표(사진)의 말이다. 현재 서울 여의도 IFC몰 CGV 영화관에는 사물함처럼 생긴 중고품 보관함이 설치돼 있다. 속이 훤히 보이는 중고거래 사물함 '파라박스'다.

사용자는 여기에 자기가 팔고 싶은 물건을 넣고, 가격과 휴대폰 번호 등을 입력한 후 잠그면 된다. 살 사람은 액정 화면에서 '구매하기' 버튼을 누른 후 카드 결제를 하면 해당 함이 열리고 물건을 가져갈 수 있다.

넣어놓은 물건들은 어떻게든 주인을 찾게 돼 있다.
경매 형식의 가격변화 시스템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넣어놓은 물건은 1주일 후에는 가격이 10% 떨어진다. 고가 중고물품이 전시되면 1주, 2주 기다렸다 사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찾는 사람이 없으면 가격은 매주 하락한다. 나중에는 무료 나눔으로 전환된다. 물건 주인에게 미리 알림이 가기 때문에 원치 않으면 언제든 물건을 뺄 수 있다.

연세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 중인 김 대표는 지난해 제대 후 휴학하고 창업의 길을 택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아이템을 떠올리고 매대를 직접 제작했다. 자바(Java) 언어를 스스로 익혀 2주 만에 초기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후 친구 2명과 법인을 설립했다. 정작 이 플랫폼을 론칭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여러 지자체에 플랫폼 설치 제안을 했으나 절차가 까다로워 승인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모험을 감행했다. 트럭에 무작정 보관함을 싣고 가서 잠실역 7번 출구 인근에 1주일간 하루 3시간씩 게릴라 전시를 감행했다. 인근 노점상 주인에게 읍소해 전기를 끌어 쓰고 전자제품, 의류 등 탐나는 중고 물품을 넣어놨다. 몇 시간 만에 손님들이 모였다고 한다. 특히 젊은 층이 관심을 보였고, 실제로 결제하고 옷을 꺼내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김 대표는 다시 서울 주요 지자체의 문을 두드렸다. 정상적 방식으로는 절차가 까다로워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강남구청장에게 7장짜리 손편지를 썼다. 이후 몇 주 만에 강남구 도시관리공단에서 보관함 설치가 가능하다는 연락이 왔다.

그 결과 강남구청스포츠센터에 보관함을 설치했다. 모교인 연세대학교, 강남구청스포츠센터, CGV 등 3곳에 설치했지만 현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CGV 매장의 매대만 거래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특히 CGV에서는 지난 한달간 100여건의 물품 거래가 성사됐다.

6월에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론칭하고, 서울의 대형 화장품 업체 A사 본사에도 보관함을 설치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CGV의 경우 고야드 백, 유아용품 등이 거래돼 소득에 따른 소비 성향과 연령대 가정 구성원 등을 파악할 수 있었고, 타 지역 역시 의류 등 거래패턴이 달랐다"면서 "향후 플랫폼 영향력이 커지면 중소기업들과도 협업해 매대 일부를 팝업매장 형식으로 운영하는 아이디어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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