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둘러싼 회계 부정 의혹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위안부 피해자의 역사를 왜곡하며 수요집회를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의연의 최근 논란과 별개로 위안부 피해자 운동의 본질을 폄훼해선 안 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의연' 논란에 웃고 있는 이들이 있다?
26일 위안부 관련 시민단체에 따르면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위안부 피해자 관련 역사를 왜곡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반일동상진실규명공대위 등 시민단체는 지난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소녀상 철거와 수요집회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앞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하며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징용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수요집회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성노예 개념을 알려주는 것은 정서적 학대라며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을 아동학대와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단체의 공동대표인 정모씨는 이승만 학당의 이사로 재직 중이라고 전해졌다. 이승만 학당은 위안부 피해 사실을 부정하는 내용으로 논란을 일으킨 '반일종족주의'의 이영훈 전 서울대교수가 대표로 있다.
일본의 보수 언론은 정의연의 회계 부정 의혹을 빌미로 소녀상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산케이 신문은 지난 20일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내용의 논평을 싣고 "(위안부 피해자들의)비판에 귀를 기울여 반일 증오의 상징인 위안부상(소녀상)을 즉시 철거하면 좋겠다"고 적었다.
■공감해온 위안부 운동…"부정하지 말아야"
앞서 수요시위 불참 의사를 밝혀 논쟁의 시발점이 된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자 운동의 본질을 부정하지 않았다. 이 할머니는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위 방식을 바꾸자는 것이지 끝내자는 게 아니"라며 "한국과 일본 학생들의 역사교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연의 최근 논란과는 별개로 그간 이어져온 위안부 피해자 운동의 가치를 훼손해선 안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일식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특정 의도를 가진 이들이 위안부 관련 역사를 왜곡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정의연의 회계 부정 의혹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하지만 수요집회나 그동안 운동의 업적까지 훼손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운동을 통해 감춰졌던 피해자들의 역사가 대사회적으로 알려지기도 했다"며 "논란으로 인해 우리가 공감하고 추구해 온 부분까지 부정되는 거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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