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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 시대 주변국 릴레이 줄서기...한국 생존전략은?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29 15:52

수정 2020.05.29 15:52

- 中 압박 동참한 유럽·일본
-  급해진 中, 한중일 협력 강조
- 고민 깊어지는 韓...한쪽 선택하면 상대국의 '보복' 우려
신냉전 시대 주변국 릴레이 줄서기...한국 생존전략은?

【베이징=정지우 특파원】'G2(미국·중국)'가 사실상 신냉전 시대로 들어서면서 주변국들이 양자택일의 기로에 서고 있다. 새로운 양극체제 아래에서 미중 양국은 승기를 잡기 위해 우방국 확대에 공을 들이고 주변국들은 이를 자국 이익의 극대화 차원에서 접근하는 양상이다. 다만 미중 양국에 안보와 경제의 운명이 걸린 우리나라에게는 중대한 외교적 딜레마이다. 어느 한쪽을 선택하든 다른 쪽에서 외교, 경제 등 전방위로 보복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생존’에 방점을 찍고 미래 모색을 주문했다.

■美와 같이 걷는 유럽·일본
29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원지, 무역·투자·자본·정보통신(IT) 갈등, 대만 분쟁, 홍콩 국가보안법 등에서 영국과 캐나다, 호주,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은 일찌감치 미국편에 섰다. 이들은 전날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 강행에 깊은 우려나 비판 목소리를 잇따라 냈고 영국은 미국과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구했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은 미중 갈등의 시발점인 ‘코로나19’의 중국 책임론을 강조하고 있다.
독일 매체 빌트는 “중국의 최대 수출 히트상품은 코로나19”라는 원색적 비판도 내놨다. 코로나19 책임론에서 신중했던 일본도 가세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코로나19는 중국에서 세계로 퍼졌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중국의 반발을 샀다.

코로나19와 홍콩 문제가 감염 피해정도나 정권 지지도, 금융·자본·수출시장 변화 등 자국의 이익과 관련이 있는 ‘줄서기’라면 화웨이는 미국의 동참 요구의 ‘줄 세우기’ 성격이 더 강하다. 영국과 일본은 곧바로 줄 대열에 합류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영국 내 5세대 이동통신(5G) 사업에서 화웨이 참여를 배제할 것을 지시했고 일본 역시 중국산 통신기기 배제책을 중앙정부에서 거의 모든 공공기관으로 확대키로 했다. 일부 유럽국이 화웨이의 5세대(5G) 장비를 채택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중국은 한중일 등 주변국과 협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최대 정치 행사 양회를 전후로 △포스트코로나 시대 한중일 역내 경제협력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발언하거나 △기업인 신속통로를 한국 외에 일본, 싱가포르, 이탈리아, 스위스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것도 이런 속내가 담긴 것으로 읽힌다. 러시아와 이란은 미국보다는 중국에 우호적이다.

■급해진 中, 한중일 협력 강조
한국의 고민은 이 같은 양극체제의 존재 자체다. 중국 소식통은 “한국은 오래 전부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생존해 왔는데,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 자체가 결정 불가능한 부담”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은 2017~2018년 사드 때 중국으로부터 심각한 보복을 당했다. 당시 롯데마트를 비롯한 상당수 기업과 상인들이 중국에서 철수했으며 국내 무역기업들도 피해를 겪었다. 베이징 한인식당은 사드 시절 매출의 90%이상 줄었다고 지금까지 호소하고 있다.

문제는 미중의 갈등이 고조될수록 주변국 줄 세우기도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미 미국은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경제번영네트워크’(EPN) 전략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하고 중국은 홍콩보안법에 대해 한국 측의 이해와 지지를 얻는 것으로 믿는다며 압박했다.

전문가들은 안보를 미국에, 경제를 중국에 각각 의존하는 만큼 한쪽 편에 기울면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양자택일이 아니라 어우러진 상황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만 현실적인 방법이 없는 것은 난관이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신뢰를 다소 잃더라도 국가 생존이 걸린 사항이기 때문에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양자택일을 강요받지 않는 것이 좋다”면서 “이후 우리와 비슷한 국가의 전체 흐름을 보면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모호성은 불신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만큼 국민적 합의를 통해 원칙을 세운 후 외교당국이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과 안보·경제적 소통을 추구하고 중국과는 연대를 주문하는 목소리 역시 제기된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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