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지난달 공개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의 드라마 '인간수업'(극본 진한새/연출 김진민)은 공개와 동시에 '파격작'이라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돈을 벌기 위해 죄책감 없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그린 작품. 10대 범죄라는 금기시되던 소재를 선택해 범죄에 빨려 들어가는 불안한 아이들이 맞닥뜨린 현실을 그렸다. 아이들을 둘러싼 저마다 다른 어른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올바른 어른, 제대로 된 가르침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게 만든다.
그중 임기홍이 맡은 대열은 주인공 지수(김동희 분)를 궁지에 몰아넣는 유흥업소 주인이자 조직 폭력배로, '나쁜 어른'이다. 살인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사악한 범죄자의 모습은 '인간수업'의 강렬한 '악'을 대표한다. "거긴 연골이 있는 부위라 질기니 다른 곳을 찔러라"라고 무덤덤한 얼굴로 말하는 모습이 소름 돋는다. "진짜 깡패를 출연시킨 것이 아니냐"는 시청자 반응이 나올 정도로 실감나는 악역 연기를 펼친 임기홍은 2001년 데뷔한 후 공연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진 연기파 배우다. 드라마 '무법 변호사',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에도 출연했다. '인간수업'을 통해 배우로서 로망이었던 악역에 도전한 그는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의 악행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작품에 임한 소감등을 밝혔다.
<【N인터뷰】①에 이어>
-악역이 배우로서 새로운 도전이었을 것 같은데, 역할에 임하면서 목표가 있었다.
▶악역을 하고 싶은 로망이 있었는데, 그걸 조금은 다르게 무서운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 감독님에게 칭찬도 받고 싶었다. 이번 역할에 불러주신 것에 감사해서 잘 해내고 싶었다. '인간수업'이 공개되고 감독님에게 '너무 감사하고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아쉬움과 기쁨이 공존했다' 이런 문자를 보낸 기억이 난다. 아쉽다는 건, 저의 연기에 늘 느끼는 감정이어서 그렇게 쓴 건데 감독님이 전화를 하시더라. '뭐가 아쉬웠냐'라고 하셔서 당황했다. '내 단점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하니, '그건 너만 안다. 잘 했으니 그런 생각하지 마라'고 하시더라. 울컥했다. 아침 9시 즈음이었는데 아침부터 울 뻔 했다.
-'실제 깡패 아니냐'는 반응도 있더라. 주변이나 댓글 반응은.
▶너무 기분 좋았다. '인간수업'에서 보여준 모습에 따르는 최고의 칭찬아닌가. 그런 반응을 위해서 감독님이 저처럼 경험이 많지 않은 배우를 선택한 것 같다. 연락도 많이 받아서 신기했다. 원래 공연을 하면서 댓글은 잘 안 봤는데, 이번에는 반응이 너무 좋고 주변에서도 연락을 많이 줘서 신기하다. 댓글에 '섬뜩하다'가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또 '저 사람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온 배우냐'는 말도 기뻤다.
-대개 악역이나 깡패는 덩치라든지 신체적으로 위압적인 분위기를 만드려고 하지 않나. '인간수업'의 대열은 다른 무기를 장착해야 했는데.
▶빠르면서 단단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 그게 내가 가진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더 빠르게 보이고 싶어서 대역배우분이 해야 할 장면도 직접 하려고 했다. 도끼로 등을 내려칠 때도 난간에서 뛰어와서 치고 그런 장면들에 신경을 썼다. 직접 연기를 하면서 더 독기도 생겼다.
-'인간수업'이 공개되고 한국에서 나오기 힘든 소재와 연출이라며 많이 화제가 됐다. 어떻게 봤나.
▶나도 깜짝 놀랐다. 이런 소재를 이렇게 쓸 수도 있구나 싶었다. 전체적으로는 충격이 컸다. 소재 부분에서 쉽게 다루지 못한 선을 뛰어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청자가 볼 때 이걸 어떻게 볼까, 혐오감이 들지는 않을까 생각도 들었는데 다행히 많은 분들이 호평을 보내주고 계신 것 같다. 사실 센 소재인데 너무 폭력적, 선정적으로만 치우치지 않도록 잘 만들어진 것 같다. 그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실제 자녀가 있나. 어떻게 봤나. 어른들이 더 많은 걸 느끼게 만드는 작품이었는데.
▶여덟살 아들이 있다. '인간수업'을 보며 요즘 세대들이 이렇구나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어른들이 봐야 하는 작품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인간수업'이라는 것이 어른들에게 필요한 것 아닐까. 수업이라고 하면 보통 10대나 학생들이 받아야할 것 같지만, '인간수업'은 어른들에게 더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작품인 것 같다.
-상대역인 백주희씨와 호흡이 정말 좋더라. '깡패 커플'이 임팩트가 컸다.
▶백주희 배우는 2001년에 뮤지컬에서 만나서 6~7편의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다. 주희가 상대역이 될 거라는 얘기에 너무 반가웠다. 뮤지컬계에서는 정말 잘 하는 배우로 이름이 나있다. 워낙 잘 아는 사이니까 이번에도 합이 좋았다. 서로 미리 맞춰볼 것도 없이 '탁'하면 '툭' 연기가 나왔다. 장소팔과 고춘자였달까.
-그럼 애드리브도 많았겠다. 예를 들자면 어떤 게 있나.
▶몇개 있었다. 날 보고 '못 생겼다' '욕구 떨어진다'라고 하는 대사들이 그렇다. (웃음) 아마 진심이었을 거다.
-특히 백주희씨가 키가 큰 편이어서 두 사람의 관계가 더 묘하게 그려진 것 같다.
▶그런 효과도 있었다. 지수 팔을 자르려고 하는 걸 보고 '너 또 이짓거리하냐'라고 하고, 나는 '내가 왜 이러는데? 너 때문이잖아'라고 받아친다. 그때 주희에 맞서서 까치발을 드는데 그 장면도 재미있게 나왔더라.
-이번 작품에서 주로 만난 배우들이 20대 초반의 어린 후배 배우들이었는데.
▶그 친구들에게 많이 배웠다. '이 장면을 이렇게 표현하나?' 새로웠다. 매사 열심히 임하는 것도 보기 좋았다. 지수(김동희 분)를 보면 연약한 것 같은데 한이 서려있는 느낌을 연기하더라. 작품 경험이 많지 않다고 들었는데, 정말 대단하다. 그리고 규리(박주현 분)도 내가 연기를 위해서 때리거나 끌고 다녀야 했는데 미안해 하는 나에게 오히려 '전혀 그러지 않으셔도 된다'면서 연기에 몰입하더라. 상대 배우로서 고마웠고, 대단하다 싶었다.
-극에서 대열이 키우던 아릉이는 어떻게 됐나. '인간수업' 시청자들이 아릉이의 결말을 많이 궁금해했는데.
▶아릉이? 집에 잘 있을 거다. 사료 먹고 있지 않을까.(웃음) 처음에는 어떤 강아지인지 품종이 안 나와있었다. 내가 처음 등장할때 '아릉이 씻기고 있었다'라고 하는데 목줄이 엄청 크다. 그걸 보고 최소한 도사견이겠구나 했는데 실제로는 엄청 귀여운 강아지였다. (웃음)
-앞으로는 TV나 영화 등 매체 연기에서 더 많이 볼 수 있나.
▶우선 지금은 '브로드웨이42번가' 뮤지컬 공연을 준비 중이다. 매체 연기도 더 많이 하고 싶은데, 누가 불러주신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임하려고 한다.
-'인간수업'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임기홍씨에게 '인간수업'은 어떤 의미인가.
▶악인을 연기해보고 싶었던 내 로망을 이룬 작품이면서 많은 사랑까지 받은 작품이다. 내게도 많은 관심이 오고 있어서 감사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여러 생각이 든다. 이 작품과 내 배역에게 고맙고 너무 사랑한다. 진부하지 않은, 틀에 박히지 않은 역할을 연기할 수 있어서 감독님에게도 감사하고, 파트너인 주희에게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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