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를 간직한 왕궁리… 자연과 어우러진 왕궁·사찰·산성·왕릉
익산에는 백제 궁궐터가 있었다고 전해지는 장소가 있다. 왕궁면 왕궁리다. 왕궁리에는 사적 제408호로 지정된 익산 왕궁리 유적이 남아 있다. 이 유적에는 백제 무왕 때인 639년에 건립했다는 제석정사 터를 비롯해 그 안에 관궁사, 대궁사 등의 절터와 토성터 등이 남아 있어 이곳이 왕도였거나 왕도와 직접 관련이 있는 유적이라는 학설이 지배적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 대동지지, 익산읍지 등의 문헌들은 이곳이 '옛날 궁궐터' '무왕이 별도(別都)를 세운 곳', '마한의 궁성터'라고 적고 있어 이를 뒷받침한다.
왕궁리 유적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것은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이다. 이 석탑은 언제 세워졌는지 알려진 바가 없어 탑이 세워진 시기에 대해서도 이견이 많다. 익산 왕궁리 유적 중 흥미로운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화장실 유적이다. 삼국시대 최초의 화장실이면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화장실 유적에선 회충, 편충 등 기생충 알과 함께 이른바 화장실 뒤처리용으로 불리는 뒷나무, 즉 측주가 발견돼 흥미롭다. 1300여년 전 백제인들은 화장실에서 종이 대신 길이 25~30㎝ 정도되는 측주를 사용했다는데 끝부분이 둥글고 매끄럽게 처리돼 있다.
익산의 '작은 명동'이라 불리던 익산 중앙동 영정통. 영정통은 일제강점기 시절 가장 번화한 거리였다. 일본식 지명 '사카에초(榮町)'가 오래도록 남아, 지금도 어르신들은 이곳을 '영정통'이라 부른다. 대전 이남의 사람들이 모두 쇼핑하러 모이던 거리다. 특히 결혼식 예복과 취직 기념 양복을 맞추러 많은 이들이 찾았다. 지금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금은방, 의상실, 미용실, 양화점, 세탁소, 수선가게가 과거로의 추억으로 이끈다. 익산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만날 수 있는 문화예술의 거리 곳곳에는 독특한 조형작품들과 공방 전시물 등이 눈길을 끌며, 주말에는 다양한 거리공연과 프리마켓 등이 열린다. 예전 양복점과 보석점, 미용실과 전파사 등이 있었던 거리에는 각종 공예작업실과 화실, 전시공간과 공연장, 문화체험 공간 등이 들어서 예술과 문화의 거리로 바뀌고 있다. 갤러리와 공방이 하나둘 문을 열고, 익산아트센터가 운영하는 고백스타(Go100Star)에 익산근대역사관까지 들어서면서 거리는 생기를 되찾았다. '고백스타'는 사랑의 시작, 고백, 사랑의 완성까지 '사랑'을 주제로 만들어진 트릭아트 포토존 공간으로 사랑을 고백하고 인생 샷을 담을 수 있는 장소로 인기다.
익산의 옛 지명인 '솜리'에서 따온 빵집 '솜리당'은 황등면의 특산물 고구마를 재료로 날씬이 고구마빵, 고구마식빵 등 다양한 빵을 선보인다. 익산근대역사관은 해방 후 은행으로 사용됐던 삼산의원을 문화예술의 거리로 이전 복원한 건물로 익산의 근대문화유산과 근대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2016년 개봉한 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 촬영 장소로 유명한 '옛 익옥수리조합'은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쌀 수탈의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현재는 익산 역사문화의 르네상스를 꿈꾸는 왕도미래유산센터로 사용되고 있다. 이곳에 있는 '카페 너에게로 쉼'은 누구나 부담없이 쉬었다 갈 수 있는 익산 여행의 중간 휴게소 같은 역할을 한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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