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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업무상 재해(산재)로 사망한 직원의 자녀를 특별채용하도록 한 현대·기아자동차의 단체협약(단협)이 무효인지를 놓고 대법원이 공개변론을 열고 폭넓은 의견수렴에 나서기로 했다.
이 사건의 하급심은 고용세습 조항은 구직자를 사회적 신분에 따라 차별하는 것으로, 일자리 대물림을 초래할 수 있어 사회 정의에도 반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사망 근로자의 가족에 대한 특별채용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라는 반론도 있어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본지 2016년 8월24일자 1면 참조>
■하급심, 현대·기아차 단협 규정 무효 판결
대법원은 기아차 직원이었던 이모씨의 유족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상고심에 대해 오는 17일 대법정에서 대법원장 및 대법관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열기로 결정했다고 1일 밝혔다.
1985년 기아차에 입사해 23년간 금형세척 업무를 한 이씨는 2008년 2월 현대차 남양연구소로 전출한 지 6개월 뒤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2010년 사망했다. 이씨 유족이 낸 유족급여 신청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이씨가 세척제에 함유된 발암물질인 벤젠에 오랜 시간 노출돼 백혈병을 앓게 됐다"며 산재를 인정, 1억8000여만원을 지급했다.
그러자 이씨 유족은 회사의 단협을 근거로 자녀를 채용해줄 것과 안전배려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금으로 회사가 2억36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현대.기아차 노사는 '산재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에 대해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6개월 내 특별채용하도록 한다'는 단협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고용계약을 장래 불특정시점에 불특정인과 체결하도록 강제하는 단협은 사용자 고용계약의 자유를 현저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돼 무효"라고 판단했다. 유족의 채용을 확정하도록 제도화하는 방식은 사실상 일자리를 대물림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고착된 노동자 계급의 출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사회 정의 관념에 반한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청년실업 문제까지 제기하며 해당 단협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고 20~30대 청년들의 기회 불공정성에 대한 좌절감과 분노가 커져가는 상황에서 취업기회 제공의 평등에 관한 기준은 종전보다 엄격히 정립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족 특채, 반사회질서 법률행위 여부가 쟁점
이번 사건은 최종 결론에 따라 기업들의 채용 관행에도 변화가 일 수 있단 점에서 법조계를 넘어 재계에서도 관심이 높다.
과거 상당수 기업들은 소속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하거나 장해를 입은 경우 그 근로자의 가족을 특별채용하는 단체협약을 두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기근속자의 가족을 특별채용하는 단체협약을 두는 경우도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건의 원심과 같이 산재사망자의 유족을 특별채용하는 단협이 과연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일자리를 대물림하는 것으로서 민법 제103조에 위배돼 효력이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민법 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한다.
반면 노동계는 특별채용 협약 규정은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를 행사한 결과이며, 협약자치의 관점에서 존중할 필요성이 있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라는 점에서 기회 균등에 반한다고 평가하기 어려워 유효하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한 의견수렵을 위해 지난 2월 대한변호사협회와 고용노동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14개 단체에 쟁점에 대한 의견서 제출 요청서를 보냈다.
아울러 이번 공개변론에서 원고 측 전문가 참고인으로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를, 피고 측 참고인으로 이달휴 경북대 로스쿨 교수를 소환해 대법정에서 구두로 의견을 진술하도록 할 예정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판결 선고는 통상적으로 변론 후 3~6개월 이내로 예상되나, 정확한 일정은 추후 공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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