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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구글세 추진국에 보복관세 부과 위한 조사 착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03 08:31

수정 2020.06.03 08:31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일명 구글세로 알려진 인터넷 업체들에 대한 세금인 디지털세를 추진하는 국가에는 대규모 보복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했다. 지난해 프랑스가 추진한 디지털세에 대해 와인, 명품 등에 100% 보복관세를 물리기로 한 것과 같은 조처이다.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해 대규모로 재정지출을 확대한 각국이 디지털세 도입을 통해 세수를 확보하려 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무역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의 무역전선이 다시 확대될 전망이다.

2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유럽연합(EU) 차원의 디지털세 도입방안을 포함해 오스트리아, 브라질, 체코, 인도,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스페인, 터키, 영국의 디지털세 정책에 대해 조사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는 '불공정' '차별' 등의 단어를 동원해 디지털세는 미 인터넷 기업들이 불리하도록 만들어진 세금이며 이에 대한 보복으로 '모든 적절한 대응'에 나설 것임을 강조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많은 무역 파트너 국가들이 미 기업들을 불공정하게 목표로 하고 있는 조세정책 설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미 기업과 노동자들을 이같은 어떤 차별에서도 보호하기 위해 미국은 모든 적절한 대응을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1974년 제정된 이른바 '슈퍼 301조'가 법률적 근거이다.

무역법 301조항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대규모 관세 부과가 가능한 막강한 권한을 위임받고 있다.

이 조항은 중국과 무역전쟁에서 활용됐고, 지난해 프랑스의 디지털세 도입 방침과 관련한 대응에서도 이용됐다.

당시 미국은 프랑스가 추진 중이던 디지털세가 현실화 할 경우 프랑스산 와인, 치즈, 핸드백, 도자기 등 24억달러어치 수입품에 최대 100% 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했다.

프랑스는 표면적으로는 디지털 서비스 전반에 세금을 물리는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프랑스 관리들은 구글(Google), 애플(Apple), 페이스북(Facebook), 아마존(Amazon) 등 미 4대 정보기술(IT) 공룡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의미에서 '가파(GAFA)세'라는 말을 즐겨 쓰곤 했다. 미 IT 공룡들에 대한 세금부과가 목표라는 점을 시인한 셈이다.

미국의 대대적인 보복관세에 직면한 프랑스는 결국 한 발 물러섰다.

프랑스는 1월 미국과 합의에 따라 디지털세 징수를 연기했고, 미국은 프랑스 제품에 대한 관세를 철회하는 한편 디지털세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는 선택사항이라는 당초 주장에서도 물러섰다.

미국과 프랑스가 올해 말로 예정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디지털세 합의까지 일단 휴전하기로 했지만 지지부진한 협상에 실망한 국가들의 개별적인 디지털세 단독 추진 바람은 멈추지 않아왔다.

올 연말 EU 탈퇴(브렉시트)를 앞두고 미국과 무역협상을 벌이고 있는 영국도 디지털세를 이미 실시하고 있다.

영국은 미국의 보복위협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1일부터 미 IT 기업들을 주된 목표로 하는 디지털 서비스 세금을 발효시켰다.

1월 트럼프 행정부가 영국산 자동차에 보복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했지만 디지털세는 강행됐다.

그러나 USTR이 이번에 대대적인 보복관세 방침을 밝힘에 따라 영국 역시 한 발 물러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디지털세에 대한 미국의 보복은 11월 3일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 공화 양당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막강한 상원금융위원회 위원장인 척 그래슬리 공화당 상원 의원과,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금융위원장이 될 민주당의 상원 금융위 대표 론 와이든 의원은 공동성명에서 USTR의 방침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이들은 디지털세가 "미 기업들을 불공평하게 목표로 삼고 있고 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동성명은 "OECD (개별) 회원국들이 취하는 디지털 서비스에 세금을 물리려는 행위들은 OECD의 목표와 절차에 반하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USTR이 301조를 통해 이들 차별적인 일방적 조처들을 조사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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