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4일 강제징용 기업의 현금화가 이뤄질 경우 "모든 선택지를 고려하겠다"고 밝혀 보복조치를 예고했다.
이날 일본정부 대변인이자 총리 관저의 비서실장격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징용 가해기업인 일본제철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한 한국 법원의 압류 서류의 공시송달에 대해 "압류된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는 심각한 상황을 부르는 만큼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스가 장관은 또 현금화 가능성에 대비해 "일본 기업의 정당한 경제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선택지'를 시야에 놓고 의연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가 장관이 언급한 '선택지'는 보복조치로 해석된다.
현재 일본 내에서 거론되는 보복조치는 △일본 내 한국기업의 자산 압류 △한국 제품 관세 인상 △금융제재 △입국금지 연장 등이다. 전날에는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전화통화에서 한국 정부가 요청한 기업인에 대한 조기 입국금지 완화 요청을 사실상 거부했다.
보복조치의 최후 수단인 금융제재 역시 공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1월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은 "일본기업에 대한 자산 현금화가 진행되면 금융제재를 검토할 것"이라며 "일본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한국이 먼저 (경제가) 피폐해질 것이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박철희 교수는 "일본이 어떤 형식으로든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은 확실하다"며 "한국에 대해 '아프지만 도려낸다'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은 양국 관계의 파국을 막기 위해 외교당국간 대화채널은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한국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사법절차와 관련해선 특별히 언급할 게 없다"면서 "외교당국간 소통과 협의를 지속해가겠다"고 말했다. 다만,'사법 불개입 원칙'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준수'를 내세우는 일본 총리관저의 첨예한 대립이 지속되고 있어 조율점을 모색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청와대는 이미 한·일 기업 및 시민들의 자발적 기부로 징용 배상금을 해결하자는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일명 '문희상 안(案)'을 끝까지 반대한 바 있다.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아베총리 역시 지지기반인 자민당 보수우파들의 반발을 사가며 한국과 타협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 대화의 물꼬를 트거나 의회외교의 재가동 등이 국면전환의 방안으로 꼽히지만, 정상 차원의 관계 개선의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고선 이같은 노력은 무위로 돌아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편, 지난 1일 대구지방법원의 공시송달은 오는 8월 4일 0시를 기점으로 효력이 발생한다. 법원이 채무자 심문서 역시 공시송달로 처리할 경우 추가로 2~4개월이 더 소요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감안하면 연말 또는 내년 초엔 현금화 명령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홍예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