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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수술 고발' 檢 "정확한 근거 있나" 김선웅 원장 "확인은 내 역할 아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05 16:07

수정 2020.06.05 16:19

5일 오후 김선웅 전 법제이사 4차 공판
"한국 성형외과에 엽기적 유령수술 만연"
檢 "정확한 근거 있나" 질문에 "합리적 추정"
[파이낸셜뉴스] 여러 희생자를 낳은 성형외과 공장식 유령수술 실태를 고발하다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된 현직 성형외과 전문의 김선웅 원장이 "ㄱ성형외과와 싸우는 게 아니라 반인권 범죄수술과 싸워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김 원장은 자신이 출연한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을 다룬 인터넷 기사 댓글란에 병원 4곳 이름을 특정하고 사망자를 200~300명으로 적은 근거는 대지 못했다. 정확한 피해인원 파악은 수사기관의 몫이며, 자신은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합리적 추정을 한 것이란 주장이다.

지난 7년 간 유령수술을 고발해온 김선웅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전 법제이사가 ㄱ성형외과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5일 공판정에 섰다. fnDB
지난 7년 간 유령수술을 고발해온 김선웅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전 법제이사가 ㄱ성형외과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5일 공판정에 섰다. fnDB

■"몇명 죽었는지 쫓아다니며 확인할 수는 없어"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성수제 양진수 배정현)는 5일 오후 2시 30분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전 법제이사 김선웅 원장에 대한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 혐의 4차 공판을 속개했다.

이날 법정에서 30여분 간 피고인 자격으로 변론을 한 김 원장은 “(2014년 의사회 법제이사 자격으로) 진상조사 할 때 유령수술을 근절해야 되겠다고 전 국민에 대고 약속했다”며 “우리가 유령수술에서 사람 죽은 사실 여러 건을 알아냈으면 된 거지 (정확히 몇 명이 죽었는지) 그걸 내가 쫓아다니며 확인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7년 여 동안 공장식 유령수술로 사망하거나 불구가 된 피해자 여러 명의 사례를 확보했다며 이를 언급한 김 원장은 “의사면허를 받은 지 25년째인데 의사면허증에 동의 받지 않은 사람의 신체를 칼이나 전기톱으로 잘라도 된다는 내용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살아있는 사람이 누워있고 그 사람은 나한테 신체 생명 맡겼고 수술비까지 지불했는데 ‘수술대 위에 놓여있는 게 사람이 아니다’란 전제에서 저런 짓을 벌인 것”이라고 분개했다.

김 원장은 “왜 댓글 달았냐면 그날 밤에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갔는데 집에 오니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내용을 다룬) 뉴스 주된 댓글이 이 병원 어디냐는 거였다”라며 “그래서 내가 말했다”고 설명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이 "(정확히 조사한 수치가 아니라) 소문이 파다하다는 추측의 형태로 (댓글을) 작성한 것이냐"는 물음에 김 원장은 "네"라고 답했다. 이어 변호인이 "차상면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전 회장도 500명 될거다라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 묻자 "아는 사람은 다 그렇게 말한다"고 주장했다.

전 대학성형외과의사회 법제이사로 한국 성형외과의 유령수술 실태를 알려온 김선웅 원장. 김 원장은 온라인에 유령수술 실태와 관련한 게시물을 올렸다가 대형 성형외과로부터 두 건의 명예훼손 소송을 당한 상태다. 김선웅 원장 제공.
전 대학성형외과의사회 법제이사로 한국 성형외과의 유령수술 실태를 알려온 김선웅 원장. 김 원장은 온라인에 유령수술 실태와 관련한 게시물을 올렸다가 대형 성형외과로부터 두 건의 명예훼손 소송을 당한 상태다. 김선웅 원장 제공.

■검찰 근거 묻자 "합리적 추정" 답변
검찰은 구체적 근거가 있느냐에 집중했다. 공판검사가 "댓글 내용의 근거는 무엇이냐", "유령수술 200-300명 죽었다고 했는데 근거는 있나", "유령수술 사망자 명단을 확인한 건 아닌가", "논문이나 공공기관의 객관적 자료는 있는가"하고 묻자 김 원장은 "정확히는 없다" "합리적 추정"이라는 답을 내놨다.

앞서 검찰은 2018년 2월 김 원장이 충남 천안시 소재 자신의 아파트에서 한 언론사의 성형외과 관련 기사 댓글란에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글을 남겼다며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김 원장은 댓글에서 ‘여긴 ㅋ성형외과이지만 ㄱ, ㅇ, ㅂ성형외과 등등에서 유령수술하다가 죽인 사람 꽤 많다고 알려져 있’다며 ‘의사들 사이에서는 대충 200~300명은 죽인 걸로 소문 파다함’이라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이어 ‘수술하다 죽이고 3억 5천 쥐어주고 보험처리 하고 보호자들 입막고 병원장은 보험회사에서 3억 5천 돌려받고’라고도 언급했다.

검찰은 김 원장이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2018년 12월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무혐의 판결을 내렸으나 검찰은 이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한편 김 원장은 ㄱ성형외과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검찰로부터 2차례 고발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이날 공판엔 김 원장을 응원하기 위해 찾아온 시민 50여명이 재판정을 가득 메운 가운데 진행됐다.


다음 공판은 7월 22일 진행된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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