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조카가 어느날 "고모, 하트 좀 보내줘" 한다. 뭐? 뭘 보내라고? 바로 옆에 앉아서 보내긴 뭘 보내래? "고모 하트 몰라? 하트 없어?" 그러더니 돌연 펑펑 울기 시작한다. 한참 애를 먹으며 조카를 달랜 뒤 카카오톡을 내려받고, 게임 앱 하나를더 내려받아 더듬더듬 하트를 보내줬다. 그 때가 아마 카카오톡 출시 후 2년 남짓 됐을 때였던 것 같다. 그 때부터 카카오톡 앱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활성화하는게 손에 익게 됐다. 하트 보내느라.
이쁜 조카의 눈에서 눈물을 뺐던 그 게임. '에니팡'이다. 조카에게 하트를 보내주기 위해 카카오톡도 내려받았다. 카카오라는 회사가 창림 5년만에 첫 월간 흑자를 기록했을 때 출입기자들은 일제히 "애니팡 덕분"이라고 꼬리표를 달아 기사를 썼었다. 국내 첫 성공 소셜게임이고, 카카오톡을 국민 메신저로 굳건히 자리잡도록 한 그 게임이다.
괜한 옛날 얘기 길게 한 이유는 카카오톡과 애니팡의 찰떡궁합 얘기 때문이다. 최근 10년내 본 가장 환상의 시너지를 낸 커플이다. 공짜 메시지라는 것이 카카오톡의 최대 장점이었지만, 내 기억에 공짜는 전국민을 매료시킬 매력은 못 됐었다. 그런데 애니팡이라는 기가막힌 서비스가 합쳐지니 카카오톡과 애니팡을 모르면 미개인 취급을 당할만큼 단번에 국민서비스가 됐다. 애니팡은 카카오톡을 만나기 전에는 실패의 기억을 가진 게임이었다.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카카오라는 터전을 만나 날개를 달았다. 실패 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애니팡을 알아본 것은 카카오의 눈이다. 카카오톡에 맞춰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플랫폼을 발빠르게 전환한 것은 애니팡의 기술력이다. 둘의 시너지는 우연히 기다리다 만난 것이 아니라 상대를 알아본 안목이고, 기술력이다.
지난 3일 카카오톡에 연동되는 가상자산 지갑 '클립(Klip)'이 공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국민이 사용하는 국민 서비스 위에 가상자산이라는 개념을 올려놨으니, 블록체인·가상자산 좀 안다는 사람들 사이에는 '가상자산 판' 국민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겠다는 남다른 기대감이 있다.
그런데....그 클립으로 할 수 있는게 없다. 하고 싶은게 없다.
클립이 서비스 날짜를 미뤄가면서 준비를 했음에도 정작 다양한 서비스들과 나란히 시장에 나오지 못한 뒷면에 서비스를 기다리고만 있는 클립 개발사의 자만심이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 괜한 조바심이 든다. 그럴리 없겠지만, 클립이 서비스 협력사들과 정확하고 친절하게 투명한 소통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 애가 탄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개발 보다 애니팡 발굴, 투자에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고 한다. 클립도 그것을 해 줬으면 좋겠다.
cafe9@fnnews.com 이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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