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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 피케티 "불평등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 아냐… 최저소득 수혜자 넓히고 이데올로기 전환 시도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10 01:24

수정 2020.06.10 01:24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지난 8일(현지시간) 파리 시내 파리경제대 강의실에서 한국 언론과 '자본과 이데올로기'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문학동네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지난 8일(현지시간) 파리 시내 파리경제대 강의실에서 한국 언론과 '자본과 이데올로기'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문학동네
[파이낸셜뉴스] "대부분의 사회에서 지배세력들은 지금과 다른 방식의 사회구조는 가능하지 않고 불평등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거라고 말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아주 많은 나라들에서 그렇지 않은 사례들을 발견할 수 있고, 나는 이 책에서 그것들을 보여주려 했다."
한국시간으로 8일 밤 9시. 프랑스 시간으로 오후 2시. 세계적인 스타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파리경제대학의 한 강의실에 얼굴을 비췄다. 신간 '자본과 이데올로기'의 출간을 기념해 프랑스 현지 특파원과 한국에 있는 기자 30여명과 만나는 자리였다.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작가의 방한이 어려워지면서 이번 간담회는 온라인 화상 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프랑스 파리 현지와 이원 중계로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됐다.
전 세계 경제학계의 슈퍼스타로 급부상했다. 지난 달 29일 국내에서 발행된 이번 신간도 열흘만에 초판 1만부가 모두 소진돼 2쇄 제작에 들어가는 등 세간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피케티는 "7년 전 앞선 책에서의 두가지 부족한 점을 채우려 애썼다"며 "불평등의 기원에 대한 탐구를 위해 과거 서구 중심 사례와 데이터에서 벗어나 인도와 라틴 아메리카 등 더 폭넓은 지리적, 문명적 현실들을 다루고자 했다. 또 이번 책에서는 전작에서 놓친 불평등과 이데올로기가 맺고 있는 관계를 정면으로 다루고자 했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지난 8일(현지시간) 파리 시내 파리경제대 강의실에서 한국 언론과 '자본과 이데올로기'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지난 8일(현지시간) 파리 시내 파리경제대 강의실에서 한국 언론과 '자본과 이데올로기'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피케티는 이번 신간에서 현재 사회의 지배구조가 고학력 좌파인 브라만 좌파와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상인 우파가 담합하거나 번갈아 집권하는 구조라고 분석해 주목을 받았다. 피케티는 "유럽의 오래된 전통을 자랑하던 정당들이 바닥으로 떨어지거나, 사라지고 있기도 하고, 새로운 정당들이 탄생하고 있다"며 "그런데 그 정당들의 변화를 말하기 전에 먼저 얼마나 큰 폭의 역사적 변화가 유권자들 내부에서 이뤄지고 있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이 책에서는 유권자구조의 진화에 대해 상당히 길게 비교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과거 서민계층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아왔던 다양한 형태의 좌파 정당들이 점점 그들의 신뢰를 잃고 고학력 유권자들의 정당으로 변모하게 됐다. 반면 우파 정당이나 중도우파 정당들은 자산과 소득 상위 사람들, 즉 상인 우파들이 모여 있는 정당으로 교육 엘리트와 자산의 엘리트 간에 곳곳에서 이들 사이의 공생이 이뤄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좌파 정당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지지를 보내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서민계층에 이해를 충족시키는 딜레마에 빠져있으며 과도한 인종주의와 혐오를 부추기는 극우진영의 준동에 직면한 우파 정당들도 난감한 상황에 처해있다"며 "좌파와 우파가 재구성되고 있는 급격한 변화의 시기에 서민 지지자들을 만족시키면서 불평등을 재조정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가가 성패의 열쇠"라고 밝히고 대안으로 사회연방제를 제시했다.

최근 코로나 19 사태로 한국에서 기본소득의 논의가 활기를 띄고 있는 가운데 피케티가 이번 책에서 주창한 '사회적 일시 소유'의 개념과 방안으로 제시된 '보편적 자본지원'에 대한 문의도 이어졌다. 피케티는 "나는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최저소득'이라는 어휘를 선호한다"며 "기본 소득이 모든 복지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 같은 뉘앙스를 지니지만 현실적으론 생존을 지탱할 수 있게 하는 기초생활비를 의미하는 것 뿐이며 이것만으론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한 야심찬 시도로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소득 수혜자의 범위가 좀더 넓게 확대 되고 체계화 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보며 교육문제를 비롯해 노동자의 권리강화, 사적소유의 분배 등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피케티는 이어 "자본가들이 말하는 대로 시장이 활성화되어서 상위계급의 부가 아래까지 흘러내려오길 기다려야 할까. 이미 너무 오래 그걸 기다려오지 않았나."라고 반문하며 "우리는 성장의 시기를 경험한 바 있지만 당시 부의 재분배는 그다지 이뤄진 바가 없다.
"며 '모두를 위한 자본 및 자산'에 대해 주장했다.

피케티는 코로나 19 위기 이후 전세계 사회 구조가 어떻게 재편될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나는 경제학자지 예언가는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코로나19는 매우 모순적인 두 가지 결과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편으로는 공공의료서비스 강화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와 연대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며 기본소득이나 최저소득 등 복지체계 신설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경계 강화와 국가중심주의 민족주의도 강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일정한 사회적 퇴행도 있을 수 있지만 현재 저로서는 미래에 대해 낙관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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