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후 이 부회장 등의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에 따라 '부의 심의위원회'를 시작했다.
경영권 부정 승계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 측이 기소 여부 등을 판단해달라며 소집을 요청한 수사심의위 개최 여부에 따라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입장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양측 치열한 공방
이날 심의는 중앙지검 소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시민위원 구성이나 논의 과정 등은 비공개다. 중앙지검은 이날 오전까지도 정확한 장소나 시작 시간 등에 대해 보안을 유지했다.
시민위원들은 전날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이 제출한 의견서를 검토한 뒤 이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부의 여부에 대한 토론을 이어갔다.
관련 지침이 의견서를 30장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 만큼, 양측은 법원에 제출된 수사기록만 20만쪽이 넘는 이 사건 압축에 적지 않은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위원들이 참여하는 만큼, 이해를 돕기 위한 표현 하나하나에도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측은 수사가 '적정하고 공정하게' 진행돼 왔으므로, 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수사팀이 수사해 결정하는 것이 맞다는 취지의 주장을 의견서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앞으로 수사 과정에서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된 피의자들이 이 제도를 악용하거나 남발할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도 포함됐다고 한다.
반면 이 부회장 측 변호인 등은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경우 국민들의 참여로 기소 여부 등을 심사하자는 수사심의제도 취지에 이번 사건이 가장 잘 맞다는 주장을 의견서에 담았다.
아울러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취지는 구속 사유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것일 뿐 기소를 할 사안이라는 판단은 아니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오히려 '범죄 사실에 대한 소명 부족'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 이번 기각 사유의 핵심이라는 취지다.
■향후 검찰 수사방향 분수령
부의심의위를 거쳐 심의위 개최 여부에 따라 검찰 입장도 희비쌍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심의위가 불기소를 결정하면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거세질 수 있다.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심의위 의결엔 권고적 효력만 있지만 지금까지 심의위에 회부된 사건 8건에 대해선 검찰이 심의위 결정을 모두 따랐다.
수사심의위 부의 여부는 참석한 위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된다.
부의심의위에서 수사심의위 소집이 필요하다고 의견이 모이면 소집요청서를 대검찰청으로 보낸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현재까지 수사심의위가 개최된 것은 모두 8차례다.
이 중 일부는 검찰총장 직권으로 소집된 경우라 사건관계인의 요청으로 소집된 경우는 그보다 훨씬 적다.
지난해 윤석열 검찰총장 등을 협박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유튜버 김상진씨는 검찰 수사가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검찰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으나 시민위는 심의 대상이 아니라며 안건을 부결한 바 있다.
문무일 전 총장은 2018년 안태근 전 검찰국장의 '인사개입' 혐의에 대한 외부의 조언을 듣기 위해 총장 직권으로 검찰수사심의위를 소집했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인사 임무를 맡고 있던 안 전 국장의 혐의에 대해 어디까지가 불법인지 증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건을 들여다본 조사단 역시 인사개입의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수사심의위는 안 전 국장에 대해 구속기소 의견을 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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