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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의자가 괴로운 당신, 화장실 갈 때만은 스마트폰 두고 가세요[Weekend 헬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12 04:00

수정 2020.06.12 08:47

수술 건수 2위 치핵 질환
초기엔 통증 없이 출혈만 발생
연고나 충분한 식이섬유 섭취로 치료 가능
관리 조금만 안돼도 재발하기 쉬워
일상 불편함 계속된다면 수술 고려해야
오랫동안 앉아서 일하는 직장인의 경우 항문 주위 통증이 심해지고 혈변을 보는 일이 잦아진다면 '치핵'을 의심해봐야 한다. 치핵 환자들은 창피하다고 생각해 병명을 주변에 알리지 않는다.

하지만 수술건수 2위로 많은 사람들이 앓는 질환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발표한 '2018년 주요수술통계연보'를 살펴보면 전체 수술 2위가 치핵수술(17만4000명)이었다.

치핵수술은 전체 환자 중 40대가 약 20%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50대와 30대가 그 뒤를 이었다.
또 20대 여성의 경우에는 다이어트나 변비 등 배변활동에 지장을 주거나 복압을 높이므로 치핵 발병율이 높았다.

인천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이겨라 교수는 11일 "치핵의 약 40%는 증상이 없지만 혈변이 있거나 혈전이 동반된 경우 통증이 있을 수 있고 항문 주변이 가렵거나 변이 속옷에 묻는 경우가 있다"며 "출혈은 대부분 통증이 없고 주로 배변 활동과 동반돼 나타나는데 대변 끝에 붉은 피가 같이 묻어나오는 형태가 흔하다"고 설명했다.

■화장실서 스마트폰 보기 '치핵' 악화

항문질환을 통칭하는 '치질'은 대표적으로 치핵과 치열, 치루 등으로 나뉜다. 이 중 치핵은 항문 주위의 혈관과 결합 조직이 덩어리를 이뤄 돌출되거나 출혈을 일으키는 것을 말하며 전체 치질의 약 80%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항문의 점막이 찢어진 '치열'이나 항문의 염증으로 누공이 발생한 '치루'와 구분된다.

치핵은 내치핵과 외치핵으로 나눈다. 항문 안쪽에 생겨 항문관 내외로 돌출된 것을 내치핵, 항문개구부 밖의 피부로 덮인 부위에서 나타나는 것을 외치핵이라 부른다.

내치핵이 대체로 통증이 없는 반면, 외치핵은 대개 통증이 심한 특징이 있다. 내치핵은 진행 정도에 따라 출혈만 있는 1기, 배변 시 탈출되었지만 배변 후 다시 원 위치로 돌아가는 2기, 배변 시 탈출되나 손으로 밀어 넣어야 하는 3기, 손으로 밀어 넣어도 원 위치로 환원되지 않는 4기로 분류한다.

치핵의 원인은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여러 가지 원인으로 항문 거근의 하향, 점막하 조직의 압막과 울혈, 항문주위 조직의 변성 및 항문관 주위 조직의 탄력성 감소 등으로 인해, 항문관 안쪽에서 배변에 대한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는 항문 쿠션이 아래쪽으로 흘러내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좋지 않은 배변 습관이나 자세 등에 의해 악화될 수 있다. 외치핵에는 출혈이 아니라 혈관 속에서 피가 굳는 혈전이 자주 생긴다. 혈전이 생기면 붓기와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는데 보통 며칠이 지나면 가라앉는다.

하지만 혈전이 생겼다 가라앉았다 하면서 부었던 피부가 완전히 가라앉지 않아서 늘어지게 된다. 물론 내치핵에도 혈전이 생기지만 그보다는 연하고 느슨한 점막으로 덮여 있기 때문에 변볼 때 출혈이 생길 수 있고 점막이 쉽게 늘어져서 항문의 점막이 밖으로 빠져나오는 탈홍성 내치핵이 생길 수 있다.

■초기, 좌욕 등 보존 치료로 완화

치핵의 진단은 직장수지검사를 통해 대부분 가능하다. 직장수지검사로 확인되지 않는 환자는 항문경 검사를 시행한다. 빈혈이 심하거나 40대 이상에서는 종양 또는 다른 장질환과의 감별을 위해 내시경이 진행되기도 한다.

치핵 초기인 경우 배변 시 혹은 배변 후 항문출혈이 나타난다. 통증이 없으면서 선홍색의 출혈이 발생할 때 치핵을 의심할 수 있다. 하지만 출혈은 대장암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도 간혹 있기 때문에 고령, 대장암의 가족력이 있거나 체중 감소 및 배변습관 변화 등의 대장암 증상이 있는 환자는 대장 내시경을 통해 이를 확인해야 한다.

외치핵은 육안으로 탈출되어 있는 치핵을 관찰함으로써 진단이 가능하다. 치핵은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약물이나 연고사용, 고식이 섬유섭취, 좌욕을 이용한 보존적 치료법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치핵 조직 자체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관리가 안 될 경우 증상이 재발할 수 있다.

따라서 치핵은 반드시 수술해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전적 치료로 호전이 없거나 일상생활에 불편할 정도의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보통 돌출된 치핵 조직을 수술적으로 절제하거나 원형 자동문합기로 상부 항문관의 점막 및 점막하층의 절제 및 고정을 통해 돌출된 치핵 조직을 항문관 안으로 되돌아가도록 하는 방법, 치핵 동맥의 결찰을 통해 치핵을 치료하는 방법 등이 시행된다.

치핵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하루 20~30g의 섬유질과 1.5~2L의 물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특히 변기에 장시간 앉아 있는 것은 좋지 않다. 화장실에서는 독서나 휴대폰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
증상 발생 시 따뜻한 물을 이용한 좌욕으로 항문 주변을 청결히 하도록 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만들어 증상을 완화하도록 한다.

■치핵 수술이 필요한 경우
-3도, 4도 치핵
-보존적 요법으로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
-출혈이 반복되거나 심한 경우
-본인이 불쾌하게 여겨지거나 청결을 유지하기가 힘들고, 가려움증이 해결되지 않는 경우
-혈전성 외치핵에서 통증이 호전되지 않을 때
-췌피(피부 늘어짐)로 인해 불편하거나 제거를 원하는 경우, 이로 인한 가려움증이 심한 경우
-가벼운 정도의 치핵이지만 해외 또는 벽지로 가게 되어 의료시설에 대한 불안감이 있을 때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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