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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에 불량 활성탄 납품, 검사조작 가담 교수 징역형 확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15 06:00

수정 2020.06.15 05:59

정수장에 불량 활성탄 납품, 검사조작 가담 교수 징역형 확정


[파이낸셜뉴스] 수돗물 정수장에 불량 활성탄 납품이 이뤄지도록 품질 검사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립대학교 교수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사기방조 혐의로 기소된 지방의 모 국립대 교수 김모씨(63)의 상고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앞서 수원지검 특수부는 지난 2017년 2월 수자원공사 출신인 활성탄 납품업자 박모씨 등 3명이 2015년 5월부터 1년간 경기 화성정수장에 품질기준에 못 미치는 활성탄 1100t을 납품, 납품대금 28억여원을 챙겼다며 재판에 넘겼다.

활성탄은 수돗물을 정수하는 필터에 사용하는 물질로 불량 활성탄이 사용될 경우 맛이나 냄새 등 수돗물의 품질이 저하된다. 박씨 등은 활성탄 품질검사 결과를 조작하거나 불합격된 활성탄 260여t을 새 제품인 것처럼 꾸며 납품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활성탄 납품비리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다른 납품업자 김모씨 등 3명도 2013년 7월∼11월 경기 수지정수장에 기준미달 활성탄 880t을 납품하고 27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번 사건에서 교수 김씨는 박씨와 김씨 등 납품업자들의 부탁을 받고 품질검사에서 불량 활성탄을 합격시켜준 것으로 드러나 구속기소됐다.

김씨는 개인적으로 활성탄 소규모 흡착실험 설비를 갖춘 연구실을 운영하면서 돈을 받고 납품과 관계없는 품질검사를 진행하는가 하면, 이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양주·상품권 등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1심은 “전문가로서의 책임의식과 엄정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국립대학의 교수로서, 이 사건 실혐결과가 피해자의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점을 알면서도 그 전문가로서의 지위를 악용해 실제 측정값들을 변경시켜 주범들의 사기 범행을 용이하게 했다”며 “자신의 범행을 반성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에 급급하다”며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2심은 “20여 년간 국립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연구자의 길을 걸어온 자로 그 누구보다도 엄격히 연구 윤리를 준수해 모범을 보일 책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망각하고 활성탄 납품업체 측의 이익에 부합하는 주장에 경도된 나머지 연구 윤리를 저버리고 활성탄 소규모 흡착실험 결과를 조작해 결과적으로 정범들의 사기범행 완성에 있어 가장 결정적 역할을 수행한 셈”이라며 1심의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2심은 다만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2심에서 보석을 허가받기까지 이미 9개월 남짓 수감생활을 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한편, 이번 사건에 연루돼 먹는 물 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불량 활성탄 납품 업자들은 하급심에서 각각 징역 2년~2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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