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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의 변신, ‘평화메신저’에서 대남비방 선봉장으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14 16:15

수정 2020.06.14 16:15

2018년 남북 평화 무드에서 큰 역할 맡았던 김여정
올해 경색 국면에선 원색적 비방과 조롱·협박 이어가
있따른 담화, 김여정 높아진 위상 대내외 각인 노리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9월 남북평양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오빠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수행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사진=뉴스1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9월 남북평양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오빠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수행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지난 2018년 남북 사이에서 평화의 메신저 역할을 했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이제는 대남비방의 주역으로 나서며 한반도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삐라) 살포에 대해 맹비난하고 이어 이를 제대로 막지 못한 정부에 대해서도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이어 지난 13일에는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면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거와 군사적 대응을 시사하는 등 대남적대행동의 선봉에 서면서 거친 언사를 이어가고 있다.

김 제1부부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딸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동생이다. 소위 백두혈통의 일원이기 때문에 북한에서 그가 가지는 상징성과 권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 대남비방의 선봉에 선 김 제1부부장의 행보가 주목받는 것은 그가 지난 2018년 당시에는 남북관계 개선의 최전선에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막혔던 남북관계에 훈풍이 부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김 제1부부장은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백두혈통으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서 오찬을 함께하며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했고,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예선 첫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다.

또 북한으로 돌아가기 전 열린 환송 만찬에서는 “하나 되는 그날을 앞당겨 평양에서 반가운 분들을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고 말했고, 그해 4월과 9월에서 열린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서도 김 위원장을 보좌하며 남북관계 개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북한도 상당히 기대했던 2019년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고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지자 김 제1부부장도 김 위원장을 대신해 남쪽에 메시지를 전하면서 대남비방의 선봉으로 부상했다.

특히 지난 3월 3일에는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 제목의 담화를 발표, 청와대의 북한 화력전투훈련에 대한 유감 표명을 맹비난했다. 여기서 김 제1부부장은 ‘바보스럽다’ ‘저능하다’ 같은 원색적 표현으로 청와대를 헐뜯었다.

또 이번 대북전단 살포 비방 과정에서는 이를 주도한 탈북민 단체를 ‘쓰레기·배신자·똥개’라는 비난하는가 하면 지난 13일 담화에서는 “남조선당국이 궁금해 할 그 다음의 우리의 계획에 대해서도 이 기회에 암시한다”면서 군사적 대응 카드로 정부를 조롱하기도 했다.


특히 김 제1부부장은 "나는 위원장 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나의 권한을 행사하여 대적사업 연관부서들에 다음 단계 행동을 결행할 것을 지시하였다"고 언급하면서 자신의 권한과 입지를 드러냈다.

일각에선 최근 김 제1부부장의 잇따른 담화가 그의 정치적 위상을 대내외에 각인시키는 과정이라는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불거졌을 당시에도 많은 전문가들이 김 제1부부장의 승계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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