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대북 성과에 공을 들여온 한국 정부가 진퇴양난(quandary)에 빠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급속하게 위기에 몰렸고, 북한 정권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으로부터 한때 귀빈으로 환영받았지만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면서 조롱을 받는 처지가 됐다"고 보도했다.
WP는 우선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한반도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문 대통령의 '개인적인 십자군 운동(personal crusade)'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문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김여정 담화 발표 등을 거론, "문 대통령은 이제 빠르게 고조되고 있는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며 "한때 자신이 구애했던 정권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김정은 정권이 2018년 4·27 남북 정상간 판문점 공동 선언문을 사실상 찢어버렸다"고도 했다.
북한의 대남 도발을 지휘한 김여정에 대해선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실질적인 '대행'으로 급부상했다"면서 "한국과 미국에 적대적으로 돌아선 북한의 상징이 됐다"고 평가했다.
WP는 "문제는 붕괴된 남북관계(잔해) 속에서 어떤 것이라도 건질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문 정부는 오랫동안 북한을 상대하면서 매우 협조적이고 낙관적이었지만 마침내 인내심이 바닥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WP는 "문 대통령의 꿈이 현실적이었는지는 이론의 여지가 있다"면서 "분명한 것은 그 꿈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난해 2월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로 붕괴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때 북핵 해체 조건 등 핵심 이슈에 대한 간극을 확인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중재자로서 문 대통령에 대한 신뢰감을 상실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어 문 대통령이 판문점 선언에서 약속한 경제적 이익 제공에 실패한 것도 북한 정권의 신경을 긁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WP는 그러나 "문 대통령이 꿈을 버릴 것 같지는 않다"며 "여당(민주당)이 코로나19 대응에 힘입어 4월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자신의 기조를 밀어붙이기 충분한 위치에 서 있다"고 내다봤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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