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유튜버들의 주장이 기성매체를 뒤흔드는 '왝더독(Wag the Dog,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현상이 전통 미디어시장 변화의 빅뱅을 낳고 있다.
유튜브에서 제기되는 주장이 전통 미디어를 넘어 정치 사회적 담론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전통 미디어의 안주와 신뢰도 추락이 유튜브와 같은 뉴미디어의 약진을 낳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그럼에도 유튜버들의 자극적인 콘텐츠 생산을 둘러싼 경계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급기야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치부돼 규제법안까지 발의됐지만 유튜브를 통한 담론의 확대재생산과 여론에 미치는 위력은 무소불위다. 일각에선 무력화된 전통미디어의 대체재로 유튜브와 같은 뉴미디어 역할을 지지하면서도 상업성에 매몰된 가짜뉴스 생산이 오히려 사회적 비용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성매체 이슈 넘어선 '유튜버'
유튜버에 대한 논란은 사회에 미치는 막강한 영향력에 비해 정제되지 못한 콘텐츠가 범람하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후발주자인 유튜브 방송이 이미 소비자들의 이용시간과 신뢰도도 기존의 미디어를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디어계의 '꼬리'가 '몸통'보다 주목을 받고 있는 셈이다.
2018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하루 평균 유튜브 개인 뉴스채널 이용 시간은 35.9분으로 지상파(36.9분)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스스로를 '보수'라 밝힌 응답층에서는 44.5분을 기록해 지상파(33.6분)를 제쳤다.
문제는 전통 미디어 채널을 넘어설 만큼 단기간에 영향력이 급성장했지만 콘텐츠 신뢰성에 대해선 앞뒤가 맞지 않는 반응이 나온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유튜버를 통한 정보 관련, 신뢰성 측면에서 허위정보가 많다고 여기면서도 '믿을만 하다'고 평가하는 모순되는 결과가 나왔다.
실제로 미디어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유튜브 개인 뉴스채널은 3.06점으로 지상파(2.93)을 앞섰다. 자신을 '진보'나 '중도'라 답한 응답자의 유튜브 신뢰도는 지상파와 동일했다. 보수층에서는 3.24점으로 지상파(2.66점)을 크게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허위정보가 가장 많이 유통되는 경로'도 유튜브(22%)로 지목됐다. 전통 매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유튜브와 같은 새로운 채널에 신뢰를 보낸 것이다. 다만 정보의 질에 대해선 경계의 시선이 높다.
이상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유튜브는) 외부의 정보를 모으고 사람들을 연결해 신뢰도를 결정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전통적인 권위를 붕괴시킬 수 있는 역량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자극적 콘텐츠 배경엔 '막대한 수익'
유튜버를 통한 정보 전달이 대세로 자리잡았지만 정보의 질과 신뢰를 둘러싼 논쟁은 갈수록 심화될 전망이다.
영향력 확대에 쏠린 유튜버들이 선택하는 승부수는 결국 자극적인 콘텐츠 생산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상업성을 추구하는 수익 확대를 우선하는 식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유튜버가 수익을 얻는 방법은 자체 광고 외에도 슈퍼챗과 협찬 등 다양하다. 특히 구독자 수십만 이상 유명 유튜버의 경우 유튜브 광고보다 협찬 등 외부수입이 더욱 크다는 후문이다.
유튜브 광고는 유튜버가 동영상 전이나 중간에 광고를 노출하겠다고 선택하면 광고 시청수에 따라 광고비가 지급되는 구조다. 광고수익은 유튜브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집계되며 수익의 55%를 유튜버가, 45%를 유튜브가 나눠 갖는 구조다. 만약 유튜버가 매니지먼트 업체에 소속돼 활동하는 경우 통상 10~40%까지 소속사에 떼어준다.
중요한 건 유튜브 광고 수익 산출 방식이 일정치 않다는 점에 있다. 채널 활성화 정도마다, 광고 집행시기와 시청국가마다, 심지어는 이용자가 영상에 접근하는 방식마다 수익이 달라진다는 증언이 잇따른다. 유튜브는 유튜버에게 정확한 광고수익 산출 방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불확실한 자체광고보다 기업 협찬이나 시청자 후원에 매달리게 되는 이유다.
슈퍼챗은 유튜브 시청자들이 유튜버에게 직접 후원금 성격의 돈을 보낼 수 있는 기능으로 2017년 도입됐다. 특히 적극적인 지지층을 확보한 정치 및 시사 유튜버의 경우 슈퍼챗 후원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8일 기준 유튜브 통계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등록된 전 세계 유튜버 슈퍼챗 수익 10위에 한국의 유튜브 채널이 포함돼 있다. 더구나 전 세계 슈퍼챗 순위 100위권 내 진입한 한국 방송 절반 이상이 정치유튜브 채널이다.
■"황색언론 대체" 비판도
전통 매체의 관성을 깨는 혁신으로 주목받는 유튜브 채널이 갖는 한계도 넘어야 할 산으로 거론된다.
정치 유튜버의 경우 기성 언론에서 쉽게 다루지 못하는 선명한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쳐 같은 정치성향 시청자들에게 열성적인 지지를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문제는 전통 미디어가 지적받았던 진영논리의 폐해를 똑 같이 되풀이하거나 혹은 더욱 강도높게 전파하고 있다는 점이다. 채널의 방식만 바뀌었을 뿐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유튜브를 통해 전달되는 주장들 가운데 검증되지 않은 내용들에 대해서도 시청자들은 개의치 않고 이를 적극 확대 재생산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선 선명성을 추구하는 정치 유튜브가 기존 황색언론을 대체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스쿨존 교통사고로 사망한 고 김민식군 부모가 가해자 보험사에 7억원을 요구했다거나 5·18 최초 사망자는 인민재판으로 사망했다는 언급, 코로나19 확산과 중국인 간병인의 상관관계 등의 의혹을 충분한 검증 없이 퍼뜨린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유튜브발 가짜뉴스를 막는 건 쉽지 않은 과제다. 이를 제지할 수 있는 법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규정으로 개별 유튜버를 고소고발하는 사례가 있지만 처벌이 약해 가짜뉴스 유통을 규제하는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편. 20대 국회에서 가짜뉴스 처벌 관련 법안은 모두 20여건이 발의됐으나 전부 제대로 된 논의 없이 폐기된 바 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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