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게 듣는다
■'K방역' 전세계에 홍보"
실제 공사는 올해 지난 2003년 이후 17년만에 첫 적자가 예상된다.
하지만 구 사장은 "위기는 곧 기회"라며 '역발상'을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전세계 모든 공항이 사상 최악의 위기를 견디고 있다"며 "인천공항도 4월 하루 여객이 2600명까지 줄어 개항 이후 최저점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그 가운데 우리 공항 방역이 얼마나 철저한 지 전세계에 알리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구본환 사장은 지난 3월 '코로나19 프리 에어포트'를 선언했다. 이후 출국 전과정에 4단계 방역망을 구축, 세계 최고의 방역시스템을 널리 알렸다. 중국에서 인천으로 들어온 미국 ABC 기자는 당시 인천공항의 방역에 대해 "사람 손이 닿는 모든 곳을 닦고 있다"고 중계했고, 해리 해리스 주한미대사도 "세계적 표본"이라 극찬했다.
인천국제공항의 무결점 방역이 알려지면서 프랑스 ADP, 인도 델리공항, 미국 달라스공항 등 세계 주요 공항들로부터 방역노하우 협력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구 사장은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미주·유럽공항, 취약한 방역체계 보완이 필요한 개발도상국 공항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 사장은 "코로나19 위기 해결까지 항공산업의 역량을 잘 보존하는 국가가 향후 세계항공산업 회복을 주도할 수 있다"며 국내 항공산업 생태계 보존에 공사가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공사는 면세점 등 공항 내 상업시설 임대료를 최대 75%까지 감면해주고, 오는 7월부터는 항공사에 연 500억원 규모 여객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그는 특히 여객 인센티브 제도에 대해 "뿌린 만큼 돌아오는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1000억원도 쓰겠다"고 말했다. 해당 제도는 항공사가 여객 1명을 회복할 때마다 1만원을 주고 착륙료 증가분도 100% 지원해주는 제도다. 그는 "여객이 늘면 면세점 소비도 증가한다. 이래야 항공산업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영종도, 제2의 홍콩으로 충분"
구 사장의 '역발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동북아 허브공항의 위치를 굳히기 위한 경영전략에서도 드러난다. 중국은 작년 9월 기존 베이징 수도공항에 더해 4500만명 규모의 다싱공항을 건설했다. 베이징발 미국·유럽노선이 늘어나면 중국발 인천 환승객과 미주-동남아 등 인천공항 핵심 환승노선의 수요는 필연적으로 감소한다.
'관문' 인천국제공항의 경쟁력 저하는 곧 대한민국의 경쟁력 감소를 의미한다. 구 사장은 "'퍼스트 무버(개척자)'가 되기 위해선 남들이 하지 않은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공항은 하늘만 보고 살았지만 이제는 출발·도착 공간 개념을 뛰어넘어 경제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공항 경제권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구 사장은 "3800만평의 면적을 자랑하는 영종도를 자유무역지구 등으로 지정할 경우 홍콩을 대신할 새로운 허브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미국이 홍콩 보안법에 대응해 특별대우 철폐 계획을 발표한 이후 현재 홍콩의 금융허브 기능이 와해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데 따른 발언으로 풀이된다.
구 사장은 "영종도는 금융을 넘어 제조·항공정비·물류·관광의 복합 신성장거점으로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며 "이를 위해선 일단 외국인 정주비중이 30%는 넘어야 하는데 규제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항 경제권 성공을 위해선 미 달러화 통용, 영어 공용화, 외국인 비자면제, 외국기업 세금면제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우리에겐 '콘텐츠'가 있다"고 자신했다. 구 사장은 "지난해 영종도에 '스카이페스티벌'을 열었다. K팝 가수 황치열을 보려고 중국 관광객 수천명이 비행기를 타고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구 사장은 "취임 이후 첫 보직인사를 통해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넘치는 직원 5명으로 구성된 '미래와 창의팀'을 꾸렸다. 이들에게 주문한 것은 딱 한 가지 공사의 새 비전 '글로벌 공항 산업 리딩 밸류 크레이트2030'에 맞는 새로운 미래 먹거리 발굴"이라며 "하늘 뿐 아니라 땅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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