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 = 길을 지나던 남녀 커플과 시비가 붙자 화가 나 흉기를 들고 남자친구를 살해한 50대가 재판에서 자신은 살해 의도가 없었다며 미필적 고의를 적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이대연)는 22일 오전 살인 및 상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53)에 대한 공판 기일을 진행했다.
A씨 측은 재판에서 피고인과 다툼이 있었던 것은 인정하지만 칼을 들고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며 앞서 열린 공판에서 살해혐의를 인정한 것과는 달리 다른 의견을 냈다. A씨 측 변호사는 B씨와 몸싸움이 있었지만 A씨가 먼저 넘어진 상태에서 칼을 수직으로 들고 있자 피해자 B씨가 칼 쪽으로 넘어졌다고 주장했다. B씨는 A씨의 칼에 흉부를 관통당해 사망했다.
이에 대해 이 판사가 "엎퍼치기를 당해 피고인이 쓰러졌고 바닥에 대고 칼을 하늘 중으로 잡고 있었는데 피해자가 피고인과 같이 넘어지면서 세워져 있던 칼에 흉부가 관통한 것이냐"라며 "피해자가 운이 없었다는 말인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재수가 없었다는 것은 피해자에게 엄청난 모욕이라서 그건 아니고 원인 제공자는 저다"라면서도 몸싸움이 심하게 일어났을 뿐 재차 자신은 살해 의도가 없었음을 주장했다.
A씨는 설 연휴이던 지난 1월26일 오전 1시46분쯤 서울 용산구 효창동에서 길에 가던 연인과 시비가 붙자 화가 나 집에서 흉기를 가져와 연인을 따라가 남성 B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씨와 함께 있던 연인 C씨를 폭행해 눈 주변이 함몰되는 골절상을 입힌 혐의도 받는다.
A씨는 재판정에서 재차 자신이 살해 의도가 없었다면서 "제가 예전 기술원에서 특수용접을 1년간 배웠고 금속에 대해 6개월간 배웠는데 과도랑 식칼같은 경우는 뼈를 절단할 수 없다고 배웠다"며 "저보다 키 큰 사람의 뼈를 잘라서 관통할 정도면 칼을 위로 들어야 하지 않겠나. 그런데 CCTV에는 그런 게 하나도 없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B씨의 연인인 C씨와 B씨의 유족들은 이날 재판정에 나와 눈물을 흘리며 재판을 방청했다.
이날은 검찰의 구형이 있는 결심공판이었지만 A씨 측이 살해의도가 없었다며 공소사실과는 다른 의견을 내면서 재판부는 다시 결심공판을 열기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논쟁하지 말고 당시 경위라던가 그런 걸 상세하게 들어보자"며 C씨에게 증인으로 나와줄 것을 요청했다.
앞서 A씨는 3월20일 열린 첫 재판에서는 공소사실은 전부 인정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화가나 흉기를 집을 때까지는 기억이 나지만 범행 당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자신이 심신미약 혹은 심신상실 상태였음을 주장했다. 아울러 A씨는 "개인적으로 칼을 들고 쫓아가는데 도망가지 않고 신고한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발언을 해 원성을 사기도 했다.
A씨에 대한 결심공판은 다음달 20일 오전 10시30분에 서부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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