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인사들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출판과 동시에 볼턴에 대한 강력한 비난을 쏟아냈다. 회고록에서 자주 언급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볼턴을 에드워드 스노든에 비유하며 볼턴이 미국에 스노든과 같은 피해를 끼쳤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볼턴은 인격 없는 미치광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미 기독교 방송사 CBN과 인터뷰에서 볼턴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났던 방'에 대해 언급했다. 트럼프는 정말 볼턴이 책에 쓴 대로 기자들을 가두고 처형해야 한다고 말했느냐는 질문에 "볼턴이 전부 지어낸 말이다"고 단언했다. 그는 폼페이오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을 거론하며 "볼턴이 쓴 책에 많은 사람들이 나오는데 그들은 볼턴이 거짓말쟁이라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볼턴은 오직 사람들을 폭격하길 원하는 좋지 않은 사람이다. 사실 나는 그를 잘 이용하기도 했는데, 사람들이 그를 보면 미친 줄 알았고 (이러한 위협) 덕분에 내가 좋은 협상을 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그렇지만 볼턴은 인격이 없는 사람이다. 그는 온화함도 없고 나는 그가 웃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원은 볼턴을 미친 사람으로 봐서 싫어했는데 나는 상원 인준을 통과할 수 없었던 그에게 기회를 줬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볼턴이 선(先) 핵폐기·후(後) 보상을 골자로 한 '리비아 모델'을 주장했던 점을 언급하고 "리비아 모델을 기억할 것이다. 그건 TV에 나온 이야기 중에 가장 멍청한 이야기 중 하나였고 볼턴이 말한 것이다"고 비난했다. 동시에 트럼프는 볼턴의 회고록을 공개하면 국가 기밀을 누설하는 것이라며 "볼턴은 이제 큰일난 것 같다. 그는 책으로 돈을 벌 수 없을 것이다. 일단 지켜보자"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이달 볼턴의 회고록 출간을 금지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며 소장에서 회고록 내 415곳을 삭제하거나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볼턴의 회고록은 23일 순조롭게 출판되었으며 출판 당일 미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트럼프는 23일 새벽부터 자신의 트위터에 회고록에 대한 청와대의 반박을 담은 기사들을 리트윗하며 "봐라 볼턴이 법을 어겼다. 기밀 정보!"라고 적었다.
■볼턴, 스노든처럼 간첩죄 받나
같은날 폼페이오도 폭스뉴스에 출연해 볼턴을 비난했다. 폼페이오는 유출된 회고록에서 자주 트럼프를 무시했다는 정황이 드러나 곤경에 처했다. 폼페이오는 회고록에 대해 "슬픈 일이지만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과 나를 포함한 각료들은 볼턴을 회의에서 잘라냈다"며 회고록에 "많은 허위와 거짓들이 들어있다"고 평했다. 폼페이오는 볼턴이 책에서 트럼프가 오직 재선만 바라고 대외 전략을 짰다는 주장에 대해 "대통령은 재선을 위해 이란의 거셈 솔레이마니를 죽이거나 중국의 공산당을 밀어내거나 파리 기후조약에서 탈퇴하지 않았다"고 역설했다. 이어 "대통령의 외교 정책은 존 볼턴이 자랑스러워해야 할 것이었으나 그는 대신 떠난 뒤 근본적으로 우리가 했던 것을 잘못 전했다"고 설명했다. 폼페이오는 "볼턴은 자신이 내놓은 정보들로 형사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며 "우리는 에드워드 스노든이 기밀을 유출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봤다"고 강조했다.
미 국가안보국(NSA) 요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은 지난 2013년 미 정보기관들이 인터넷 망을 이용해 우방국은 물론 전 세계 정부 및 개인 정보를 무차별로 수집했다고 폭로했다. 각국으로부터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 미 정부는 스노든을 간첩혐의로 기소했으며 현재 스노든은 러시아에 망명중이다.
폼페이오는 "존 볼턴이 한 짓은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곧 법무부 차원에서 행동에 나설 것이며 이런 (회고록에 나온) 정보들은 미국에 실질적으로 위협을 주며 해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볼턴은 아직 자신 만만한 모습이다. 그는 22일 USA투데이와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막을 진정한 가드레일은 탄핵이 아니라 선거다"고 말하며 11월 대선에서 트럼프가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의 미치광이 주장에 "나를 고용한 사람이 해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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