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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 노조 가입’ 밀어붙이는 정부… 노사갈등 새 뇌관 터지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23 17:33

수정 2020.06.24 16:03

20대 국회서 무산된 노조법 개정
정부, 巨與 장악한 21대서 재추진
경영계 "노사관계 악용 소지" 반발
노동계 "특고직 배제한 개악" 비판
‘해고자 노조 가입’ 밀어붙이는 정부… 노사갈등 새 뇌관 터지나

정부가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노조법 개정안을 추진한다. 20대 국회에 제출됐다 야당의 반대에 막혀 무산됐던 법률로 21대 국회에서 다시 개정이 추진되는 것이다. 경영계는 코로나19로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책 방향이 '친노동' 기조로 기우는 것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반면 노동계는 정부 개정안에 대해 단결권이 가장 절실한 특수고용노동자, 간접고용노동자를 배제한 '노동개악'이라고 비판하며 더 전향적 개선을 요구했다.

23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과 교원노조법,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들 법안은 대통령 재가를 거치면 국회에 제출된다. 지난 회기 국회에서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안과 노조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정부는 최근 해당 법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하고, 이번에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것이다.
3개 법안은 교원노조법 개정안 일부 수정을 제외하면 20대 국회에 제출한 것과 동일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3법과 관련, "(이 법은)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법으로 자체적으로도 반드시 필요한 입법일 뿐만 아니라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서도 필요한 입법"이라며 "유럽연합(EU)이 노동기본권 핵심협약 미비준을 이유로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문제를 제기해 무역분쟁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계와 노동계는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입법예고 당시 경제단체들은 노조법 개정안의 핵심인 '해고자·실업자 노조가입 허용'이 노사 관계에 악용될 소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미 회사를 나간 해고자와 퇴직자를 기존 노조가 기업 내부 문제나 노사 관계 등에 끌어들일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이미 회사를 나가 인사권에 영향을 받지 않는 만큼 기존 노조원들보다 사측과 큰 대립각을 세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는 실업자와 해고자의 경우 기업별 노조에 일반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없는데 개정안은 이를 허용한 것이다.

반면 노동계는 개정안이 EU에 보여주기 위한 반쪽짜리라고 규정했다. 현재 EU는 한국이 한·EU FTA '무역과 지속가능발전장'에 규정된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FTA 분쟁해결 절차에 들어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개정안이) 가장 절박한 특수고용·간접고용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를 완전히 누락했다"며 "FTA 위반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더 전향적으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안도 다음달 초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21대 국회에 제출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ILO 핵심협약은 8개 핵심협약으로 노조활동 보장 협약, 강제노동 금지 협약 등이 포함된다.

우리나라는 ILO 핵심협약 가운데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 금지 관련 4개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20대 국회 당시 야당의 반대로 ILO 핵심협약 관련 개정안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지만 현재 여당이 과반 의석을 점유한 만큼 여당의 의지에 따라 20대 국회와는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경영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는 정부에 공식적으로 ILO 핵심협약 비준에 대해 반대 입장을 제출했다.
경영계는 만에 하나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해고자·실업자 등에 대한 단결권이 보장된다면 이에 맞춰 사측의 대항권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노조가 파업하면 대체근로 금지규정을 없애거나 사업장 내에서 점거 형태의 쟁의행위를 원천 차단하는 것 등이다.


경총 관계자는 "정부 개정안대로 입법될 경우 노조의 단결권만 강화하고,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초과하는 조합원의 근무시간 중 노조활동도 확대돼 현재도 기울어져 있는 노조 측으로의 힘의 쏠림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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