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마스크 쓰라하니 다짜고짜 욕하고 때리고… 오늘도 '고달픈 운전기사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23 18:05

수정 2020.06.24 08:12

운전자·승객 시비 한달간 840건
경찰 "현행범 체포… 최대 구속"
#. 10년 차 베테랑 택시기사 김모씨는 최근 야간 운행을 꺼리고 있다. 야간 운행은 술 취한 승객이 많아서 어려움이 많은데 마스크 착용 문제까지 겹치면서 실랑이 벌일 일이 잦아진 것이다. 김씨는 지난주에도 술 취한 승객에게 마스크 착용을 요구했다가 욕설을 듣는 등 봉변을 당한 일이 4건이나 있었다. 행패에 지친 김씨는 사비로 마스크를 사서 손님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피로감 호소하는 운전기사들

23일 대중교통 업계에 따르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으로 인해 피로감을 호소하는 운전기사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마스크를 쓰지 않는 승객의 대중교통 이용을 제한하는 시책이 시행된 이후 이른바 '노 마스크(No Mask)' 승객이 골칫거리가 된 것이다.

버스나 택시 등 운전기사들에게 가장 고충이 되는 것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에게 하차를 요구하는 일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승객의 특성상 시간에 쫓기는 경우가 많아서 하차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7년째 버스를 운전하고 있다는 박모씨는 "마스크 미착용을 이유로 하차를 요구했을 때 바로 하차하는 승객은 거의 없다"며 "깜빡 잊었다며 사정하는 승객이 많고, 심한 경우에는 기사가 불친절했다며 회사에 민원을 넣기도 한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기사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승객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마스크 착용을 분명히 요구해야 하는데 막상 승객이 사정하면 그냥 태워야 할 때가 많다"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난처하다"고 털어놨다.

택시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히 야간 운행할 때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취객이 많고, 인사불성인 승객에게 마스크를 착용하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전해진다.

■"마스크 착용 얼마나 하겠나"

50대 택시기사 김씨는 "술 취해서 온전하지 않은 정신에 마스크 쓰라고 하면 말을 듣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라며 "다른 사람도 없는데 안 쓰면 어떻냐거나, 마스크가 없다고 행패부리는 승객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차라리 이럴 바에는 내 돈주고 마스크를 사서 손님께 나눠주는 게 낫더라"고 덧붙였다.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운전기사와 승객 사이의 마찰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지난 22일 경찰에 따르면 노마스크 승객 승차 제한이 시행된 지난 26일 이후 운전사와 승객 사이 시비가 일어나는 신고가 840건이나 접수됐다. 이 중 43건과 관련해서는 폭행·업무방해 혐의로 입건(구속 1건)해 수사 중이다.
최근 서울 광진구에서는 마스크 없이 마을버스를 탄 50대 남성이 마스크 착용을 요구한 기사의 얼굴을 물어뜯고 이를 말리는 행인까지 폭행해 구속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대중교통 운행을 뱅하는 해우이에 대해 적극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마스크 착용과 관련한 제지에 불응하면서 계속해서 소란을 일으키면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중한 사안은 구속 수사하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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