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박약 처분에도 검찰은 '항고 기각'
법원, 4달째 고심 중··· 판결 전 결론내야
수사검사-병원 측 변호사 '동기동창' 주목
'기소의견' 낸 경찰에 "빼라고 했다" 증언도
[파이낸셜뉴스] 수술실CCTV 논쟁과 반인권적 공장식수술, 담당 수사검사의 부실수사 의혹까지 맞물린 ‘권대희 사건’ 재정신청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검찰이 사건 당사자를 불기소할 경우 이를 법정에서 다퉈볼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억울함을 풀기 위해 확대 도입된 재정신청제도의 주요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법원, 4달째 고심 중··· 판결 전 결론내야
수사검사-병원 측 변호사 '동기동창' 주목
'기소의견' 낸 경찰에 "빼라고 했다" 증언도
서울고등검찰청이 항고를 기각한 상황에서 재정신청은 유족의 억울함을 풀 마지막 기회로 주목된다. 현재 권대희 사건에서 검찰이 기소한 내용만으론 법정에서 혐의가 모두 인정되더라도 집행유예와 벌금형 정도가 고작일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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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건 중 32건 인용··· 이번엔 다를까?
27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 재정신청 인용률은 0.32%다. 1만 건의 사건이 접수되면 그중 32건만이 인용된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해 전국 고등법원에 접수된 3만2978건의 재정신청 가운데 인용된 건 107건에 불과하다.
심지어 재정신청 인용률은 최근 꾸준히 떨어지는 추세에 있다. 2017년 0.87%이던 것이 2018년 0.47%, 지난해엔 0.32%까지 급락했다. 반면 접수된 재정신청 사건은 2017년 2만1225건에서 2018년 2만4187건, 지난해 3만2978건으로 늘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국민은 늘어나는데 법원의 문은 갈수록 좁아지는 것이다.
재정신청은 검사의 사건 불기소에 불복한 고소인 또는 고발인이 법원에 그 결정이 타당한지를 다시 묻는 절차다.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지면 검사는 반드시 공소를 제기해야 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견제하는 대표적 수단으로 꼽힌다.
재정신청 외에는 검사가 기소하지 않을 경우 아무리 억울한 사안이더라도 법원의 판결을 받을 수 없어 막강한 불기소권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있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따라 한국은 재정신청 제도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2007년 이전까지는 공무원 및 특수공무원 관련 죄에 대해서만 재정신청이 가능했으나, 현재는 모든 사건에 재정신청이 가능하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월 ‘재정신청 사건 전담 재판부 신설 및 관련 내규 개정 심의안’을 가결해 2월부터 전담 재판부 가동에 들어갔다.
1954년 제도가 도입된 이래 인용률이 1%를 넘지 못하는 현실을 돌아보고, 제도를 보다 실효성 있게 운용하기 위한 조치다.
■석연치 않은 불기소 처분, 유족 '마지막 희망'
이 같은 상황에서 권대희 사건 재정신청은 특별히 큰 의미가 있다. 기본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평가돼 온 의료사고 사건에서 유족 스스로 거의 모든 증거 및 정황을 찾아 경찰 수사결과와 전문기관 감정회신까지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냈음에도 검찰이 이를 뒤집은 이례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사건 수사가 늦어지는 동안 먼저 진행된 민사재판에서도 병원 측 80% 책임 인정 판결이 나온 바 있다. 그럼에도 병원 측 관계자들은 형사재판에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마저 다투고 있는 상태다.
특히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당시 부장 강지성·현 부장 이창수) 소속 성재호 검사와 병원 원장 측 변호사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과 사법연수원 동기동창이라는 특수한 관계까지 밝혀져 공분이 일고 있다. 법원이 재정신청을 인용해 재판에서 이를 다퉈야한다는 여론이 부상하는 이유다.
권대희 사건은 지난 2016년 신사역 인근 한 성형외과를 찾아 안면윤곽수술을 받던 고 권대희씨(당시 25)가 과다출혈로 중태에 빠져 끝내 숨진 사건이다. 사건 당시 정황이 담긴 수술실CCTV엔 ‘끝까지 책임진다’던 집도의가 뼈만 절개하고 나가버리고, 인턴도 하지 않은 그림자의사 신씨가 이를 이어받는 과정이 그대로 잡혔다.
이후엔 신씨마저 수술실을 비우고 간호조무사가 홀로 권씨를 지혈했다. 간호조무사만 수술실에 남아 권씨를 지혈한 시간이 무려 35분여에 달해 무면허 의료행위 교사·방조 혐의가 의료진에 적용될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국 법체계가 수술실에서 발생한 행위에 대해 살해나 상해, 사기 등의 혐의를 사실상 적용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업무상 과실치사 만으로는 의료진에게 타격이 되는 처벌을 이끌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권대희 사건' 재정신청 결과 초읽기 돌입
감정기관들은 권씨가 수술 중 흘린 피가 45kg 성인 여성 전체 혈액량인 3500cc 내외라고 평가했고 수술 중 시트를 적시고 바닥에 떨어진 피를 10회 이상 대걸레로 닦는 등 실제 출혈량은 그보다도 많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간호조무사에게 지혈을 맡긴 의료진의 행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건 합리적 추정이다. 실제 다수 의료기관이 보내온 감정회신에서도 수술 중 간호조무사의 단독 지혈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내용이 언급됐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 역시 무면허 의료행위 및 교사·방조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송치하려 했으나 검찰이 수차례 수사지시를 내려 이를 빼라고 압박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본지 연속 보도에선 검찰의 불기소처분이유서의 논리가 몹시 박약하고 수술 중과 이후 환자 권씨의 상태가 통상의 경우보다 매우 위중했다는 사실, 그러한 상황에서 피고인들이 간호조무사가 단독으로 35분여 동안 권씨를 지혈하도록 한 점 등이 드러난 바 있다. 인용률 1%에 불과한 법원의 재정신청이 이번만큼은 인용될 것이란 기대가 가능한 이유다. <본지 2월 1일. ‘[단독] 검찰, '권대희 사건' 전문감정과 정반대 결론... '봐주기 수사' 의혹’ 참조>
한편 권대희 사건 다음 공판이 8월 11일 오후 2시 30분으로 예정돼 재정신청 인용 여부가 그 이전에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미 접수 이후 4개월이 흐른 상황에서 재정신청 인용이 더 늦어질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앞서 재정신청이 인용된 주요 사건은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유성기업 노조파괴사건, 권은희 의원의 허위사실공표 사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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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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