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법률서비스 더 쉽게, 더 빠르게… 서초동에 부는 '리걸테크' [법조 인사이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28 17:43

수정 2020.06.28 18:51

포스트코로나 시대, 법조계 '리걸테크' 바람
법률정보 검색·계약서 작성까지
AI이용해 법률문제 손쉽게 해결
언택트 시대 리걸테크 영역 확장
법무·로펌시장 지각변동 가속화
법조계에 '리걸테크(Legal Tech)'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리걸테크는 법률을 뜻하는 '리걸(Legal)'과 기술을 뜻하는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합성어로 새로운 시대의 혁신적인 법률 서비스를 뜻한다. 복잡한 서류를 쉽게 찾아내는 법률정보 검색서비스부터 일반 법률소비자들이 스스로 작성가능한 자동 계약서 서비스 등 다양하다. 심지어 기업 법무팀 혹은 로펌의 법무행정 업무를 지원하는 법무관리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중이다.

법무법인 동인의 김광훈 변호사가 영상통화를 이용해 고객과 비대면 법률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법무법인 동인 제공
법무법인 동인의 김광훈 변호사가 영상통화를 이용해 고객과 비대면 법률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법무법인 동인 제공


'리걸테크(Legal Tech)' 시장도 급팽창하고 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전세계 리걸테크 시장 투자규모는 전년도 대비 713% 증가했다. 2016년 2688억원 수준이던 시장규모는 2017년 2796억원 수준으로 소폭 증가했다. 그러던 것이 2018년 1조9956억원 수준으로 7배 이상 몸집을 키웠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언택트' 사회가 도래하면서 리걸테크 확산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몸집 키우는 리걸테크 시장

리걸테크 확산은 초연결 사회와 인공지능(AI)의 등장 덕분에 가능해졌다.

특히 리걸테크 시장 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은 손쉬운 정보 접근성이다. 산업구조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판례 등 법률정보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고, 이같은 정보에 손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리걸테크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리걸테크 분야를 선도하는 미국 법률시장에선 '주디카타' 등과 같은 업체가 법률 정보 검색 서비스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에선 '서치퍼트'가 대표적이다. 서치퍼트는 준법감시인들이 필요로 하는 법규는 물론, 각종 관련·규제기관의 정책이나 고시 등을 통합해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정거래 사건을 담당했던 한 변호사는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어떤 기업이 행정처분을 받았는지 파악하려면 공공기관 홈페이지 게시판 글을 다 열어보고 확인해야 했는데, 이제 통합관리시스템 검색으로 한번에 해결 가능해져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AI를 비롯한 새로운 기술이 법률시장에서 주목받으면서 리걸테크 시장은 법률 정보 검색 외의 다양한 분야로 범위를 넓혀갔다. 리걸인사이트가 운영하고 있는 '마시멜로'는 복잡한 계약서 작성을 전문가 도움 없이 AI를 이용해 손쉽게 해결토록 돕는다. 리걸인사이트는 7월부터 계약서 독소조항 분석 기능 등을 도입, 고가의 법률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중소상공인들을 위한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포스트코로나 로펌시장 지격변동

리걸테크의 발전이 기존 법조인들의 설 자리를 줄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리걸테크에 대한 인식은 '있으면 좋다'에서 '있어야 한다'로 바뀌고 있다. 때문에 각종 법률문제 해결을 위해 로펌 아웃소싱을 활용하던 많은 기업들이 리걸테크를 활용한 내부 법무팀 강화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기존 로펌과 변호사들의 역할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휴맥스IT는 기업용 법무관리 시스템 '로아이(Law.ai)'를 개발, 여러 기업 법무팀의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아이엑스 등 카카오의 계열사 법무팀이 로아이 활용에 나선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성공적인 법률 서비스 제공을 위해 변호사와 리걸테크가 손을 맞잡는 경우도 많다. 휴맥스IT는 로펌의 업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변호사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클라우드로(CloudLaw)'를 개발했다. 변호사들은 자문과 송무 등에 집중함으로써 경쟁력 제고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휴맥스IT 관계자는 "클라우드로와 같은 로펌 관리 시스템이 변호사들의 반복적인 업무를 없애고 더 중요한 의사결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대형 로펌들은 직접 리걸테크를 활용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AI를 활용해 소속 변호사들이 생산한 각종 지적재산물을 카테고리별로 데이트베이스화 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륙아주 관계자는 "AI를 이용한 데이터베이스 축적을 통해 각자의 업무성과를 단순히 공유하는 차원을 넘어 로펌의 전체의 집단지성을 한 단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법조계내 리걸테크 확산은 더욱 넓어질 조짐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키워드는 역시 '언택트'다. 비대면을 지향하면서도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모바일 앱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변호사와 연결해주는 서비스는 일상이 된 지 오래다.
법률자문 역시 화상회의 기능을 통해 원격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법무법인 동인은 로펌 최초로 공익위원회 주관 대국민 비대면 무료 법률서비스를 이달부터 진행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언택트는 법률시장이 언젠가는 마주할 시대적 요구였고, 코로나19로 인해 조금 앞당겨진 것 뿐"이라며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 소비자 니즈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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