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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걱정없는 '천연물 신약' 렘데시비르 50배 효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29 14:41

수정 2020.06.29 14:59

강세찬 경희대 생명과학대 교수 인터뷰
선학초·오배자 추출물로 신약 후보물질 APRG64 개발
"올해 임상 1상, 2022년 임상 3상 완료 목표"
"코로나19 침입저지, 감염 후 치료 효과 모두 충족" 
"부작용 걱정없는 '천연물 신약' 렘데시비르 50배 효과"
[파이낸셜뉴스] 짚신나물(선학초)과 붉나무 벌레집(오배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까?
지난 26일 경희대학교 생명공학원에서 만난 강세찬 교수(사진)는 선학초와 오배자 추출물로 만든 신약 후보물질인 ‘APRG64’가 시험관 내 세포실험에서 렘데시비르 대비 50배 이상의 코로나19 억제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APRG64는 원래 코로나19 치료제를 염두에 두고 개발된 후보물질이 아니었다. 시작은 C형 간염 치료제였다.

“10년 전부터 진행된 C형 간염 치료 후보물질을 찾는 과정에서 APRG64를 개발했습니다. 500억원에 이르는 임상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는데,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통해 중국과 국제 공동연구에 나설 기회를 얻게 됐어요. 올해 안에 임상 1상을 마치고, 2022년 임상 3상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강 교수가 C형 간염 치료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던 사이,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중세 유럽을 휩쓴 흑사병(페스트)에 비견될 만큼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잠식시켜 나갔다. 강 교수는 즉시 연구방향을 돌려 APRG64의 코로나19 감염 억제 효과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에 나섰다. 단지 우연에 기대는 게 아니라 코로나19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확신도 들었다. 비결은 천연물 연구 분야의 전문가인 그만의 연구방법에 있었다.

“한라산에는 2000여종의 식물자원이 있어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식물 대부분이 한라산에 있다고 봐도 돼요. 각각의 식물에 어떤 성분이 있는지 정리해 라이브러리를 구축해 왔습니다. 이 때문에 APRG64가 C형 간염 치료제로 출발했어도, 코로나19 바이러스 또한 C형 간염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RNA 바이러스 이기 때문에 그 성분이 코로나19 억제효과도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갖고 연구에 돌입한 것이죠.”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확산하는 코로나19와의 사투는 시간과의 싸움이기에 현재 글로벌 빅파마들은 ‘약물 재창출’을 통해 치료제 개발에 나서는 중이다. 약물 재창출은 기존 약물을 다른 질환 치료제로 적응증을 넓혀 신약을 창출하는 전략으로, 신약 개발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사용승인(EUA)을 받은 렘데시비르 역시 약물 재창출로 개발됐다. 다만 대상이 되는 바이러스에 대한 정식 임상절차를 거치지 않은 만큼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여지도 있다.

강 교수는 APRG64는 약물 재창출이 아닌 순수하게 개발한 새로운 신약이라고 강조했다.

“연구방법상 저희는 APRG64의 성분과 항바이러스 작용 기전을 알고 신약개발에 접근한 것으로, 기존 C형 간염 치료제를 연구하다가 조금의 가능성을 갖고 연구방향을 튼 건 아닙니다. 애초에 C형 간염이나 코로나19와 같은 RNA 바이러스를 연구했던 것이고, 연구과정에서의 로직들을 분석해내 코로나19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것이지 약물 재창출 시스템과는 관련 없습니다.”
APRG64는 천연물 추출물인 만큼 합성약물과 비교해 부작용 가능성도 낮다. 특히, 연구결과 ‘코로나19 침입저지’와 ‘감염 후 치료’ 두 가지 효과를 모두 갖춘 것으로 분석됐다. 하나의 효과만 갖춘 기존 치료제들과 차별화된 점이다.

“AP(선학초 추출물)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돌기단백질(Spike protein) 발현을 억제함으로써 세포 내 침입을 억제해 예방적 측면이 강한 반면, RG(오배자 추출물)는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에 이미 들어온 단계에서 바이러스 수 감소효과를 발휘했어요. 두 가지 성분이 혼합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죠. 또 합성약물의 경우 부작용으로 인해 투여량에 제한을 두지만, APRG64는 천연물이라서 그 부분에서도 자유롭습니다.”
강 교수는 이번 도전이 기필코 성공해 우리나라에서 천연물 신약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천연물 신약은 규격화가 어렵고, 기후변화에 따라 효력이 다를 수 있어 국내에선 성공사례가 없어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투자 측면에서도 보이지 않는 장애물이 생겼죠. 천연물 신약에 대한 의심을 걷고, 다시 재조명받을 수 있도록 이번 연구를 꼭 성공시켜 보여주겠습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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