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제주 관광객과 도민들이 버린 유기견들이 야생화돼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이 잇따르면서 축산당국이 '라디오'를 해결책으로 내놨다.
제주시는 들개 피해가 우려되는 농가 주변에 조명 설치와 라디오 켜기 2가지를 지켜달라는 안내문을 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제주시 관내 말 사육 농가는 578곳, 소 사육 농가는 434곳 등이다.
시는 최근 한우농가 송아지들이 들개의 공격을 받는 일이 벌어져 이같은 대책을 내놨다.
제주시 관계자는 "들개는 인적이 드문 늦은 밤에 출몰하는데 주변을 밝게 하고 라디오를 틀어 사람이 있는 것처럼 속이면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오전 한림읍 모 한우농가에 들개 6마리가 들어가 송아지 4마리를 습격했다.
이 송아지들은 어미소들과 별도로 마련된 축사에서 관리되고 있었다.
들개들은 자신보다 몸집이 3~4배나 큰 송아지들을 거침없이 공격했다.
들개의 습격으로 송아지 2마리는 죽고 나머지 2마리도 심하게 다친 채 발견됐으나 얼마 안있어 폐사했다.
제주도내 3년간 들개 피해 현황을 보면 총 28건으로 2018년 13건, 2019년 12건, 올해 3건 등이다.
피해 가축수로 보면 2018년 닭 693마리, 송아지 1마리, 거위 3마리, 오리 117마리, 흑염소 3마리 등이다.
지난해에는 닭 500마리, 기러기(청둥오리) 50마리, 흑염소 5마리, 올해는 닭 66마리, 송아지 9마리 등이다.
들개는 유기견 증가와 관계가 있다.
축산당국은 관광객 또는 도민들이 산에 버린 반려견들이 야생에 적응해 많게는 10마리까지 무리를 지어 사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도내 유기견은 꾸준히 증가 추세다.
최근 3년간 제주동물보호센터에 입소한 유기동물만 해도 2017년 5828마리, 2018년 7979 마리 지난해 8111마리 등이다.
센터에 입소하지 않은 유기동물을 포함하면 실제 유기동물은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들개의 주된 사냥 대상은 새끼 노루로 추정된다.
제주세계유산본부의 '제주 노루 행동생태 관리'에 따르면 야생화된 개의 배설물을 분석한 결과 노루의 털과 뼈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들개는 필요한만큼만 먹잇감을 사냥하지만 야생화된 개는 먹이뿐만 아니라 노리개로 사냥하는 습성이 있어 본능적으로 야생동물을 잡아 죽여 피해가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노루뿐만 아니라 농가에까지 피해를 주면서 들개가 골칫거리로 떠올랐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들개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정한 유해야생동물에 해당하지 않아 생포해야 하는데 이동성이 좋아 포획도 쉽지 않고 아직 제대로 된 연구도 없다.
위치추적 장치를 토대로 한 야생화된 개들의 일주일간 활동면적은 252.5㏊로 여의도 면적(290ha)에 맞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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