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병영 내 휴대폰 전면 허용···"기강 해이" vs. "복무여건 개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06 16:06

수정 2020.07.06 16:06

군대 내 도박사례 지속 보고
음란행위, 범죄개입 등 악용도
군내 부조리 감소 등 효과도 커
정경두 국방장관 "복무여건 개선"
[파이낸셜뉴스] 군 병사의 일과 후 휴대폰 사용이 이달부터 전면 허용된 가운데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국방부는 1년여 동안 휴대폰 사용 시범운영을 거쳐 보안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다는 입장을 확인했지만 최근 군 기강을 해치는 사례가 잇따라 터져 나오며 반대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달부터 전면 허용된 병영내 휴대폰 사용방침에 따라 전 군 병사들이 등록된 휴대폰을 일과 시간 외에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fnDB
이달부터 전면 허용된 병영내 휴대폰 사용방침에 따라 전 군 병사들이 등록된 휴대폰을 일과 시간 외에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fnDB

■도박·일탈 악용 사례 꾸준히 보고
6일 한국도박문제연구센터에 따르면 도박중독으로 센터에서 상담 등 지원을 가장 많이 받는 건 20~30대 남성이다. 이중 대다수가 온라인을 통한 사설 도박 사이트를 경험하며 대부분이 학교와 군대에서 또래집단에게 도박을 처음 배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를 보낼 수단이 제한적인 군대는 도박이 퍼지기 좋은 환경이다.
적은 금액부터 베팅이 가능한 사설 도박사이트는 짧은 시간에 수천원만 가지고도 참여할 수 있어 장병에게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지난해 4월 군이 휴대폰 사용 시범운영을 실시한지 불과 2달여 만에 80여건의 도박문제가 적발된 건 병사들이 도박에 취약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중엔 육군 경기도 모 부대에서 5명의 병사가 도박으로 1억8000만원을 쓴 사례도 포함됐다.

휴대폰 허용으로 빚어지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병사들이 음란한 사진을 공유하는 사례도 속출한다. 지난달 공군 병장이 트위터에 생활관에서 촬영한 음란한 사진을 공유한 사례가 알려지며 비슷한 사례 십 수 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방모바일보안 어플이 카메라 촬영을 차단한다는 점에서 휴대폰 무단 반입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군사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병사들 사이에선 개인 휴대폰 무단반입이 쉬워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몰래 반입한 휴대폰과 허용된 휴대폰을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제도 시범운영 이후 2달여 만에 무단반입이 284건이나 발생했고 최근까지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안 사고는 없다"던 국방부 호언장담에도 병사들이 카카오톡 방에 암구호(야간에 적군과 아군 식별을 위해 정해놓은 암호)를 공유하다 적발된 사례도 보고됐다.

이밖에도 육군 현역병 신분으로 n번방 범행에 가담한 이원호 일병 사례 등 휴대폰을 활용한 범죄행위 가능성 등이 비판의 근거로 활용된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군 기강 해이와 관련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휴대폰 사용 정책이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인권과 복지 향상 등 복무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fnDB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군 기강 해이와 관련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휴대폰 사용 정책이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인권과 복지 향상 등 복무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fnDB

■복무여건 개선에 '도움된다'
군은 휴대폰 사용 전면허용이 병영문화 개선에 기여할 것이란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일과 후 생활관과 복지시설 등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도록 해 군사기밀 유출은 피하고 병사에 대한 복지는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군이 휴대폰 사용 시범운영을 시작한 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영내 폭행은 16%p, 군무이탈은 11%p, 성범죄는 32%p 감소했다. 이밖에도 군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군내 부적응 병사들의 적응도가 높아지는 등 긍정적인 요소가 다수 파악됐다.

병사와 간부, 예비역 등을 대상으로 한 각종 설문에서도 휴대폰 사용을 허용하자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병사와 간부 모두 시범운영 이후 휴대폰 사용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단절감이 해소돼 장병 스트레스가 줄고 휴대폰을 자기계발 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긍정적 효과도 크다는 분석이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 역시 휴대폰 사용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정 장관은 지난달 열린 국방개혁 추진 평가회의에서 "규정 보완과 선제적 예방활동을 통해 (휴대폰 사용 정책이) 정착 단계에 진입했다"며 "앞으로도 임무 몰입도 증가, 장병 고립감 해소, 사고예방을 위해 인권과 복지 향상 등 복무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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