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억류됐다 탈북한 국군포로들이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낸 최초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이같은 판단을 내리면서 향후 유사 사건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군포로, 북한·김정은 상대 손배소 勝
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김영아 판사는 7일 국군포로 출신 한재복씨와 노사홍씨가 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한씨와 노씨에게 각각 2100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번 재판은 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된 최초의 손해배상 소송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한씨 등은 국군으로 1950년 6·25전쟁에 참전해 포로로 잡혀간 뒤 내무성 건설대 등 강제노역을 했다고 주장하며 2016년 10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들은 2000년 북한을 탈출해 국내로 돌아왔다.
국군포로 측 대리인은 "정전 이후 국군포로 8만명이 억류돼 강제노동을 했고, 2000년과 2001년 집중 탈북해 총 80명이 한국에 왔다"며 "억울함을 보상받기 위해 강제노동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북한과 대표자 김정은에게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력 착취 목적으로 자유를 억압하고 충분한 음식을 제공하지 않은 채 노예처럼 부리는 강제노동은 노예제를 금지하는 국제관습법과 강제노동 폐지를 규정하는 '국제노동기구 29조' 조약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 민법 750조의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형사적으로도 반인도적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와 가해자를 인식한 날로부터 3년 이내에 행사해야 하지만, 한씨 측 대리인은 위안부 판결과 같이 그동안 한씨 등이 권리행사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같은 시효 문제가 적용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웜비어식' 배상이 현실적"
이들에 대한 실질적 배상이 이뤄지는 방안으로는 북한의 은닉 자산에 대한 압류가 거론되고 있다. 법원에 공탁된 조선중앙TV 저작권료 20억 원에서 손해 배상금을 받아낼 예정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미국의 웜비어 유가족이 5억 달러 배상 판결 이후 북한의 재산을 추적해 압류 절차에 들어간 것처럼 제3국에 있는 북한 자산을 압류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법원이 국군포로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유사 사건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법조계는 내다보고 있다.
앞선 지난 달 19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전시 납북자 가족들을 대리해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한변은 "우리나라에서 북한은 헌법상 주권면제 이론이 적용되지 않는 실체가 있는 단체"라며 소송에 문제가 없음을 주장했다. 한변 측은 법원의 승소 판결이 나올 경우 북한 당국과 김 위원장의 은닉 재산을 추적하는 방식을 통해 납북자 가족들에 대한 실질적 배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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