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구급차 막은 택시기사'에 미필적 고의 살인 적용될까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07 17:42

수정 2020.07.07 17:42

환자 사망 가능성 인지여부
사망 인과관계 입증에 달려
응급환자가 탄 구급차를 택시기사가 막아 환자가 목숨을 잃었다는 의혹을 받는 사건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혐의 적용 가능성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경찰은 "형사법 위반 사항이 확인될 시 추가 입건하겠다"며 검토 중이지만, 법조계 등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국민 법감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적용 가능성은 △택시기사의 환자 사망 가능성 인지 여부 △택시기사의 행위와 환자 사망 간의 인과관계에 달려 있다.

택시기사가 환자 사망 가능성을 인지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당시 택시기사는 구급차를 막아서며 "(환자가) 죽으면 내가 책임진다"고 말했다. 이 의사표현을 바탕으로 택시기사가 '환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지 따져 봐야 하는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른 견해가 나온다.

이건수 백석대학교 경찰학부 교수는 "택시기사의 발언 등을 보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가능성이 많다고 봐야 한다"며 "긴급한 상황을 우선 처리하도록 하지 않고, 막아섰다는 것 자체로 고의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문철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택시기사로 인해) 시간이 지체돼 환자가 숨졌다는 내용이 의사를 통해 입증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다"며 "'골든타임'을 놓쳐서 사망한 거라면 택시기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발언으로 사망 가능성을 예측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류정원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택시기사의 발언은 긍정적으로 보면 말 그대로 '사망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말이 될 수 있으나, (사망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화나서 그냥 해 본 소리'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 추가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살인죄로 기소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사망과 택시기사의 행동 간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하는데, 사실상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환자는 사망 뒤 별다른 부검 절차 없이 화장까지 마쳤기 때문이다. 류 변호사는 "(택시기사가 환자를) 막지 않았으면 살 수 있었다는 것이 입증이 돼야 하는데, 부검 등이 필요하나,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살인죄 기소 자체가 어렵다는 견해도 나왔다.
지난달 '천안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경우에도 경찰은 피의자 A씨(41)에 대한 살인죄 적용을 하지 못했다. 당초 경찰은 살인죄 혐의로 전환을 검토했지만, '고의성' 입증 등이 어렵다고 판단해 아동학대치사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검찰은 A씨의 추가 행적 등을 고려해 살인죄로 기소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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