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세계 항공업계가 코로나19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저비용항공사(LCC)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일부 LCC들은 대형 항공사들이 긴축경영에 나서는 동안 저가 여행 패키지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형 항공사에서 정리된 인력과 장비를 흡수하며 공격적인 경영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인한 업계 침체가 LCC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지난달 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세계 항공업계가 내년까지 적자를 면치 못하고 2022년에 이르러서야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은 8일 전체 직원 중 약 38%에 해당하는 3만6000명에게 오는 10월 1일부로 무급휴직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통보했다. 앞서 아메리칸항공도 최대 2만명의 직원이 과잉 상태라며 대량 해고를 시사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LCC들은 이러한 불황 속에서 오히려 규모를 키우고 있다. 헝가리 LCC 위즈에어는 앞으로 8주안에 유럽 내 8곳의 도시에 신규 취항한다고 밝히면서 항공사 규모가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50% 가까이 커진다고 예측했다. 미국 LCC 얼리전트항공도 대형 항공사들이 긴축을 위해 헐값에 내놓은 항공기들을 대거 매입하고 있다. 위즈에어 역시 앞으로 12개월 안에 12대의 신규 여객기를 도입하기로 했다. LCC들은 여기에 대형 항공사들의 정리해고로 인해 숙련된 인력을 비교적 싼 가격에 영입할 수 있어 최적의 확장 기회를 얻었다. 올해 3월 16일 기준 미국 대형 항공사와 LCC의 좌석 수는 각각 1472만석, 716만석으로 2배 이상 차이 났지만 이달 6일 기준 대형 항공사와 LCC의 좌석 숫자는 각각 639만석, 476만석으로 집계됐다.
WSJ는 LCC가 불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로 유연한 경영환경을 꼽았다. 대형 항공사의 경우 출장 및 국제선 여행에 기대 대규모 고정비용을 지출했으나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핵심 수요가 급감했다. 반면 규모가 비교적 작은 LCC들은 고정비 지출이 상대적으로 적었고 각국이 사회적 봉쇄 완화에 들어가자 늘어나는 국내선 수요를 잡을 수 있었다. 신문은 관광 업계에서 팬데믹에 따른 불경기 때문에 저비용 상품이 유행하고 있다며 살아남은 LCC들이 공격적인 할인 정책을 내세워 재편된 관광 산업의 수요에 맞는 저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