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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일삼은 아버지 때려 숨지게 한 아들…2심도 집행유예

뉴스1

입력 2020.07.10 07:00

수정 2020.07.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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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주먹으로 아버지를 때려 숨지게 한 30대 아들이 2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검사는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지만 재판부는 범행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고,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응급조치를 취했던 점을 유리하게 참작한 원심을 존중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윤강열 장철익 김용하)는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31)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이씨는 아버지 A씨(55)의 지속적인 주사와 가정폭력으로 인해 2017년 어머니와 여동생이 가출한 뒤 아버지와 단둘이 생활했다.

이씨는 유년시절에는 매일 술을 마시고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에게 대항하진 않았지만 지난해 초순쯤부터 월 1회 이상 말다툼을 하고, 같은해 11월에는 자신을 때리는 아버지의 멱살을 잡고 싸우는 등 대항하게 됐다.


같은해 12월 집에서 두 사람이 함께 술을 마시던 중 이씨는 "아버지는 평소에는 조용하다가 왜 술만 마시면 가족을 괴롭히느냐. 혹시 내가 고칠 점이 있으면 고쳐보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욕설과 함께 이씨를 때렸고, 격분한 이씨는 실랑이를 벌이다가 아버지의 명치와 옆구리 등을 여러 차례 때렸다. 아버지는 복강 내 과다출혈 등으로 결국 사망했다.

이씨는 아버지가 사망한 뒤 사망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119에 신고하고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응급조치를 취했다.

1심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는데 배심원 9명 전부 유죄 의견을 냈다. 다만 양형에서는 2명만이 실형을 주장했고, 7명은 집행유예 의견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해 이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검찰만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검찰은 A씨의 갈비뼈가 부러지고 복부 내 출혈이 다량 발생한 점을 보면 이씨가 실수로 때린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죽을 만큼 때리고 방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갈비뼈 골절은 심폐소생술 때문에 생긴 것으로 보이며, A씨가 간경변을 앓고 있어 간세포 기능장애로 출혈이 많이 일어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평소 술을 마시면 '아악'하는 소리를 질러왔으므로 이씨가 A씨의 신음을 고함으로 생각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씨가 시행한 심폐소생술은 아버지를 살리기 위한 노력이라기보다 '죄를 감추기 위한 최후의 행동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1심이 국민참여재판 절차에 따라 진행된 점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배심원 양형의견은 권고적 효력만을 가지긴 하지만, 제도의 취지를 고려해 배심원들의 의견은 되도록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범행의 반인륜성, 다른 존속상해치사 사건의 양형 등 이씨에게 불리한 양형요소들은 1심에서 충분히 고려됐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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