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제주서 조폭 사칭 감금·폭행…가해자도 피해자도 지적장애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13 16:57

수정 2020.07.13 16:57

5명 구속·6명 입건…지적장애인 7명 상대 감금·상해·갈취·공갈 혐의
공동묘지로 데리고가 “산에 묻어 버리겠다”…CCTV 없는 곳서 범행
지적장애인들을 상대로 조직폭력배 행세를 하며 집단폭력을 휘두르다 경찰에 붙잡힌 이들이 제주시청 인근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제주지방경찰청 제공]
지적장애인들을 상대로 조직폭력배 행세를 하며 집단폭력을 휘두르다 경찰에 붙잡힌 이들이 제주시청 인근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제주지방경찰청 제공]

[제주=좌승훈 기자] 조직폭력배를 사칭하며 수개월 동안 지적장애인들을 상대로 집단 폭행한 이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제주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팀은 13일 공동 상해와 감금·갈취·공갈 등의 혐의로 고모씨(21)를 비롯해 5명을 구속하고, 6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붙잡힌 피의자 중에는 장애인도 포함됐다. 구속된 이들 중 3명이 지적 장애인이고, 비장애인이 2명이다. 불구속 조사를 받는 이들까지 합하면, 장애인이 5명·비장애인이 6명이다.


또 피의자 중 4명은 여성이다.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4일까지 제주시 이도2동 놀이터와 공원을 중심으로 지적장애인 7명을 대상으로 폭행·감금·상해 등을 입힌 혐의다.

피해자인 20대 여성 지적장애인 A씨는 이들에게 맞아 이마가 찢어지는 등 전치 4주의 상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범행은 지금까지 경찰이 파악한 것만 13차례나 된다.

이들은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거나 험담을 한다는 이유로 폭행을 했다. 이들은 폭행 시 CCTV가 없는 곳으로 끌고 가는 치밀함을 보였다.

특히 조직폭력배 행세를 하며, 특히 밤 시간대에 한라산 공동묘지 인근에 데려가 "산에 묻어버리겠다"고 하거나, 경찰 조사를 받은 피해자들의 휴대폰을 빼앗아 "신고하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피해자의 연령대는 18∼23세로 미성년자도 포함돼 있었으며, 대부분 가족들과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가출 청소년 관련 탐문을 진행하던 중 장애인을 상대로 폭행과 갈취 사건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에 들어가 이들을 붙잡았다.

가해·피해 장애인들은 지적장애 2~3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와 피해자들은 특수학교 인맥을 토대로 서로 알게 된 사이”라며 “향후 유사한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관기관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치안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