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진전은 일정부분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환경변화와 이에 따라 한시적이나마 현행 교육법상의 규제를 '원칙적 허용, 예외적 금지'라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한 데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가 대체로 취하고 있는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이라는 포지티브 규제하에서는 혁신적 시도 자체에 대한 많은 제약으로 인해 환경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는 힘들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는 특히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가 활발히 진행되는 산업일수록 심각할 수 있다. 예컨대 금융권은 중국의 앤트파이낸셜, 미국의 스트라이프 등 해외 다수의 핀테크 기업이 네거티브 규제하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인 반면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은 각종 규제에 묶여 빠르게 진화하는 금융권의 수요를 효과적으로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다. 유수의 해외 경제학자들뿐 아니라 한국은행도 예측했듯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비대면, 디지털 산업 위주로 자본의 재분배가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코로나19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표적 유통업체인 아마존은 최근에도 직원 채용을 대폭 늘리고, 온라인 교육업체인 아웃스쿨 역시 오히려 많은 수의 교사를 신규 채용하고 있다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우리 금융권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대형 은행들은 비대면 서비스 비율이 대폭 높아졌고, 핀테크 업체들도 혁신적 아이디어와 기술을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다. 이미 손쉽고 간편한 금융서비스 등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차후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해도 이전의 번거로운 서비스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 금융권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철저히 준비해야 하며, 이를 위한 중요 선결과제 중 하나가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인 규제의 개혁일 것이다.
최근 정부에서도 금융규제 샌드박스 도입, 네거티브 규제 전환 등 규제혁신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규제개혁이 무늬만 개혁이 되지 않도록 과감한 기조의 전환이 절실하다. 지난 2018년 우여곡절 끝에 인터넷은행특별법이 통과됐음에도 영국, 일본, 홍콩 등 해외 주요국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 은행이 크게 활성화되지 못한 점 등을 거울 삼아 정부는 네거티브 규제로 더욱 과감한 이행을 통해 다양한 시장 참가자들이 경쟁·공존하며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여건을 조속히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경제정책에 더 이상 정치가 개입해서 진영논리로 대립하며 허비할 시간이 없다.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
오종민 성균관대 경영대학 교수
box5097@fnnews.com 김충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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