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특별기고] 檢, 수사심의위 결정 수용 …기업활동 길터줘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15 17:56

수정 2020.07.15 18:25

[특별기고] 檢, 수사심의위 결정 수용 …기업활동 길터줘야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검찰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도입한 제도다.

지난 2018년 제도 도입 후 지금까지 총 8회의 수사심의위의 결정이 있었고, 검찰은 모두 그 결정을 수용했다. 성추행, 인사보복 등의 의혹을 받는 안태근 전 검사장의 구속영장 청구사건, 29명이 사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때 소방팀의 구조지휘 소홀 책임을 묻는 사건, 울산 경찰의 피의사실 공표 사건,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 사건 등에 대해 수사심의위가 열렸고 그 결정을 검찰은 모두 받아들였다.

최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 합병·승계 의혹에 대해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수사중단과 불기소를 결정했다. 그동안의 검찰 태도에 비춰 볼 때 당연히 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검찰이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를 의식하는 듯 좌고우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검찰이 위원회의 결정을 거부하고 기소를 강행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수사심의위의 결정은 일종의 권고로서 검찰이 이를 반드시 수용해야 할 법적 근거는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결정을 모두 수용한 까닭은 자신들이 만든 통제장치를 스스로 무력화하지 않으려는 의지 때문이다. 수사심의위의 심의대상이 되기 위해선 우선 일반시민들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의 결정을 거쳐야 한다. 이 부회장 사건도 자영업자, 대학원생 등 일반시민들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에서 기소 여부를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심의하도록 요청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변호사·회계사·교수 등으로 구성된 수사심의위는 철저한 검토와 협의를 거쳐 위원 13명 중 10명이 이 부회장 사건의 수사중단과 불기소를 결정했다. 일반시민들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 법조인과 교수 등으로 구성된 수사심의위가 심사숙고해 내린 결정을 검찰이 수용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에게 자신들을 감시해달라고 도입한 검찰시민참여제도를 검찰 스스로 걷어 차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수사심의위의 결정을 떠나서 이번 검찰의 수사는 처음부터 법리적으로 흠결이 많았다.

'경영권 불법승계 혐의'라는 하나의 사건에 대해 이 부회장을 2017년 구속기소하고 현재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또다시 '경영권 불법승계 혐의'를 구성하는 경합적 협의 중 하나인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정 및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를 따로 떼어내 수사를 계속하는 것은 '이미 심판을 거친 사건에 대해선 다시 심판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벗어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글로벌 경영위기에 직면해 있다. 사법리스크로 기업 역량이 분산돼 경영판단이 잘못되거나 시기를 놓치면 그 피해는 단순히 기업 하나에만 미치지 않는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을 위반하거나 죄를 지으면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과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대기업 경영자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이미 '경영권 불법승계 혐의'로 특검에 의해 구속 기소돼 1년 가까이 수감됐고, 지금도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로 재판이 계류 중이다. 서울고법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특별히 주문한 데 따라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가 출범하고,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경영권의 자녀승계 포기와 무노조경영 폐기, 준법경영 강화 등을 약속했다.
이제는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결정을 수용해 더 이상의 불필요한 소모적 갈등을 종식시키고 기업이 그 본연의 임무에 사력을 다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기 바란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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