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우유의 원료가 되는 원유가격 조정 협상에서 낙농가와 우유업계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낙농가는 인건비 등 비용이 늘어난 데다 지난해 가격 협상이 없었던 만큼 올해는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유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우유 소비가 줄어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원유 가격을 낮추거나 동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20일 우유업계와 낙농가에 따르면 낙농진흥회는 21일 원유 기본가격조정 협상위원회를 연다. 지난 5월부터 시작한 가격 협상은 지난달 말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하는 등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낙농가와 우유업계는 지난 2013년 도입된 원유 기본가격 연동제에 의해 원유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원유 기본가격은 통계청에서 매년 5월 발표하는 우유 생산비의 10% 범위에서 정한다. 우유 생산비 증감률이 ±4% 이상일 경우 협상을 통해 가격을 조정하고, 증감률이 ±4% 미만이면 2년마다 협상을 진행한다.
지난 2018년 우유 생산비가 L당 775원으로, 2017년(767원) 대비 1.1% 증가한 것으로 조사돼 지난해에는 협상이 열리지 않았다. 지난해 생산비는 790원으로 지난 2017년보다 약 30%(23원) 증가했다.
이에 낙농가는 지난 2017년~2019년 누적 생산비 금액인 23원의 ±10%를 적용해 21~26원 사이에서 원유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인건비와 사료비 등 비용 부담이 커졌기 때문에 반드시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가격 협상 제도인 원유 가격 연동제 준수도 강조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원유 가격이 1L당 4원 인상된 바 있다.
반면 우유업계는 코로나19로 우유 소비가 줄어들면서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원재료 가격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예상하지 못한 질병으로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예외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학교 급식 우유 공급이 중단되면서 우유업계는 약 600억원대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손실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원유 가격 상승은 우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치즈, 아이스크림 등의 관련 제품들의 도미노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의 소비가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유가공 업계에선 우려하고 있다.
협상 시한을 3주 늘리면서 낙농가와 우유업계가 수차례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안을 도출할 만큼 입장차를 좁히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협상을 계속해서 미루는 것도 양측 모두 부담이 되기 때문에 극적 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낙농진흥회 관계자는 "양측이 입장차가 컸지만 서로의 입장을 경청하면서 대화를 지속했다"면서 "입장차가 크기 때문에 합의안 도출 여부 등 결과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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