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때 서울 대현동서 실종된 이정훈씨
왼쪽 눈 쌍커풀 사이에 작은 흉터 3개
당시 빨간색 스웨터·보라색 조끼 착용
"많이 지쳤지만 보고픈 마음은 여전해"
왼쪽 눈 쌍커풀 사이에 작은 흉터 3개
당시 빨간색 스웨터·보라색 조끼 착용
"많이 지쳤지만 보고픈 마음은 여전해"
47년 전 황망히 사라진 아들을 찾고 있는 전길자씨(74)는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었다. 몸도 마음도 그때에 비할 수 없을만큼 힘들어졌지만, 거짓말처럼 사라진 아들을 만나고자 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20일 경찰청과 실종아동전문센터 등에 따르면 이정훈씨(51.당시 4세)는 1973년 3월 18일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자택 앞에서 실종됐다.
휴일을 맞아 집 앞에 있는 친구들과 같이 놀겠다며 투정을 부리던 아들을 허락해 준 것이 화근이었다. 생후 100일이 채 안 된 동생에게 젖을 먹이던 짧은 시간 아들은 사라졌다.
불안함을 느꼈던 전씨는 곧바로 아들을 찾으러 나갔지만, 집 앞 공터에는 동네 아이들만 있을 뿐이었다. 함께 놀던 아이들은 '모르겠다'는 말 뿐이었다. 동네 어디에도 빨간색 스웨터에 보라색 털조끼, 남색 털바지를 입고 흰색 고무신을 신은 아이의 흔적은 없었다.
전씨는 "집에서 열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은 공터였다"며 "집앞 가게 주인에게도 '잘 봐달라'고 부탁했는데, 10분 만에 사라졌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이씨의 실종으로 전씨 가족의 인생은 하루 아침에 바뀌었다. 남편은 생업을 포기하고 전국으로 아들을 찾아 다녔다. 전씨는 최소한의 생계활동을 하며 서울시내를 중심으로 찾기 활동을 계속했다. 장애인보호시설부터 원양어선까지 전국 방방곡곡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였다.
전씨는 암 수술을 3번이나 받으며 어려운 시간을 이겨내면서도 아들 찾기에 여념이 없다. 어디선가 살아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끈도 놓지 않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도 많고 따뜻한데, 실종아동 전단지를 한 번만 더 주의깊게 봐 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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