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번 맞는 말이다. 이미 벤처시장은 활력을 잃었다. 13년 만에 처음으로 올 1~3월 벤처투자 결성액이 전년 대비 20% 줄었다. CVC의 제한적 허용은 지난달 1일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처음 나왔다. CVC는 대기업 자금을 벤처기업으로 끌어들여 벤처투자 붐을 일으키려는 것이다. 대기업은 CVC를 통해 첨단기술을 가진 혁신 스타트업에 전략적 투자 후 인수합병(M&A)을 거쳐 대표적 전략사업으로 키우게 된다.
문제는 금산분리라는 견고한 벽이다. 국내 대기업 지주회사는 CVC를 보유할 수 없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상호개입을 차단하는 금산분리 원칙 때문이다. 진보정권인 문재인정부에 금산분리는 금과옥조다. 문 대통령 스스로 이 원칙을 허물려는 것은 글로벌 실물경제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 이후, 즉 넥스트 노멀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앞서 문 대통령은 2018년 8월 인터넷전문은행법 논란 때도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제한)의 제한적 허용을 강조했다.
글로벌 CVC 시장 성장세는 놀랍다. 지난해 말 기준 세계 벤처투자 약 30%가 CVC로 이뤄졌다. 미국에선 2013년 우버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한 구글벤처스와 1500개 벤처기업에 152억달러를 투자한 인텔캐피털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유망한 벤처기업이 나타나면 바로 낚아챈다. CVC는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의 조합인 '한국형 뉴딜' 추진에도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대기업이 주도하니 혹시 기업 경영지배구조에 악용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는 있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CVC를 통해 기업이 부당한 이익을 보면 회수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해당 대기업 계열사 투자 시 의무공시하는 방법도 있다. 건강한 민간자본이 대거 들어와야 벤처생태계에 활력이 넘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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