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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범죄가담 의사자에 수사협조자가 범행 부탁해 실행..위법수사 아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26 09:00

수정 2020.07.26 09:00

대법 “범죄가담 의사자에 수사협조자가 범행 부탁해 실행..위법수사 아냐“
[파이낸셜뉴스] 범죄 가담의사가 있는 사람에 대해 경찰의 수사협조자가 범행을 부탁한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면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의 상고심에서 최근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씨는 ‘죽을 용기로 일하실 분, 밑바닥 분들 오세요’라는 인터넷 카페에 지난해 9월부터 지속적으로 접속, 카페에 올라온 속칭 ‘출집’을 구한다는 내용의 게시글에 댓글로 자신의 텔레그렘 아이디를 남겨 보이스피싱 관련 범죄에 가담할 의사를 보였다. 출집은 대포 계좌에 입금된 피해금을 인출해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 송금하는 인출책을 뜻한다.

김씨는 한 달 뒤 남모씨에게서 “체크카드를 수거해 현금을 인출해주면 인출금액의 15%를 수수료(수고비)로 주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받고, 이를 수락했다.
이에 따라 김씨는 지하철 5호선 천호역 인근에서 계좌가 정상계좌인지 확인하기 위해 체크카드를 이용해 입출금하는 과정인 이른바 ‘세차작업’을 위해 남씨 명의의 체크카드 2장을 지하철역 출구 앞길에 세워진 자전거 플라스틱 박스 안에서 수거해 보관했다.

김씨는 범행 직후 현장에서 체포됐고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자신에게 접근해 온 남씨가 경찰의 수사협조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전자금융거래법 6조 3항은 ‘누구든지 접근매체를 사용 및 관리함에 있어 대가를 수수(授受)·요구 또는 약속하거나 범죄에 이용할 목적 또는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여하는 행위 또는 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 등을 해선 안된다’고 규정한다.

김씨는 재판과정에서 “체크카드 보관을 제의한 남씨는 수사협조자로서 나를 체포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신 명의의 체크카드를 건네줬기 때문에 범행은 ‘범의유발형 함정수사’에 의한 것이므로 공소는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조직적·계획적으로 이뤄지는 보이스피싱 범죄의 특성에 비춰 엄벌이 필요하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2심도 “범행과정에서 수사기관이 일부 개입됐다 하더라도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로 보이지는 않고 이미 범의를 가지고 있는 피고인에 대해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일 뿐”이라며 “공소가 위법해 무효라고 할 수 없다”며 1심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유인자가 수사기관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지 않은 상태에서 피유인자를 상대로 단순히 수차례 반복적으로 범행을 부탁했을 뿐,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사용했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설령 그로 인해 피유인자의 범의가 유발됐다 하더라도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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