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 지연
금호산업 "계약 마무리하라"
HDC현산 "재실사 하겠다"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과 금호산업 간 네탓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인수를 위한 선행조건 해결 여부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및 자회사들에 대한 재실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라는 시각도 있지만 인수 무산 후 진행될 2500억원 규모의 계약금 반환 소송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호산업 "계약 마무리하라"
HDC현산 "재실사 하겠다"
■현산 "8월 중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산은 이날 금호산업에 다음달 중순부터 12주 정도 아시아나항공 및 자회사들에 대한 재실사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현산 관계자는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14일 발송한 공문과 관련해 계약상 진술 및 보장이 중요한 면에서 진실·정확하지 않고 명백한 확약 위반 등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을 회신했다"면서 "지금까지 인수 상황을 재점검하자고 10여차례 요구했으나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이에 응하지 않고 있어 재점검에 신속히 응할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앞서 금호산업은 최근 러시아 등 해외에서 기업결합신고가 모두 끝나 인수 선행조건이 마무리됐으니 계약을 종결하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14일 현산 측에 보냈다.
현산이 요구하는 재실사 대상은 △인수계약의 기준이 되는 2019년 반기 재무제표 대비 부채와 차입금이 급증했고 당기순손실이 큰 폭으로 증가한 점 △올해 대규모 추가자금 차입과 영구전환사채 신규발행이 매수인의 사전동의 없이 진행된 점 △부실 계열사에 대해 대규모 자금지원이 실행된 점 △금호티앤아이의 전환사채 상환 관련 계열사에 부담이 전가된 점 등이다.
특히 현산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일방적으로 거래 지연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산 관계자는 "진정한 해결책 마련에는 미온적이면서 인수조건 재협의를 구실로 계약 해제만을 염두에 두고 보여주기식 거래종결 절차를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향후 계약의 이해당사자 사이의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진정성 있는 논의가 진행돼 거래가 성공적으로 종결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간곡한 입장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인수무산 뒤 계약금 소송 준비하나
하지만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측은 부채 증가 등 현산이 요구하는 부분에 대해 이미 설명을 충분히 했다는 입장이다.
현산이 주장한 재실사 등과 관련, 금호산업 관계자는 "재실사 요청과 관련해 현재로선 특별한 입장이 없다"면서 "조만간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최근 이어지고 있는 금호산업과 현산 간 계약 지연에 대한 책임 공방이 계약 무산 후 진행될 계약금 반환 등 소송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현산은 인수를 포기하게 될 경우 계약금 2500억원을 고스란히 날릴 수도 있어 인수 의지는 적극적으로 밝히면서 부채비율 등 과실 문제를 거론해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는 것이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서혜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