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관저 주도로 공적자금 검토
대우조선 지원에는 WTO 제소
대우조선 지원에는 WTO 제소
27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연내 일본 조선업 금융지원 정책을 가동할 계획이다. 일본 정책금융기관이 해외에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에 선박건조 비용을 지원하면 이 해운사가 일본 조선업체에 선박을 발주하는 구조다. 수주가뭄에 허덕이는 일본 조선사에 일감을 주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건당 수백억엔, 즉 수천억원대 금융지원이 가동된다. 초대형 컨테이너선(2만2000TEU급) 1척의 건조비용은 대략 1억4400만달러(약 1720억원)다.
이런 구상은 총리관저 주도로 만들어졌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지시로 지난 2월 일본 국토교통성, 내각관방, 재무부, 금융청이 참여하는 조선업 지원 검토팀이 발족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총리관저 주도로 (조선업) 국제경쟁력 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가 대규모 조선업 금융지원책 마련에 나선 것은 이대로 뒀다가는 일본 조선업이 고사할 것이란 위기감, 한국과 중국의 조선업을 더 이상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란 현실적 판단 등이 작용했다.
대규모 금융지원책이 가동되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일본의 입장이 궁색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경영난에 빠진 대우조선에 약 1조2000억엔(약 13조원) 규모로 금융지원을 한 것을 놓고 시장질서 왜곡이라며 지난 2018년 11월 WTO에 제소했다.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에 "이대로 가면 일본 조선업이 소멸할 수도 있어 WTO 협정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정부가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극심한 수주가뭄에 일본 조선업계에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업 포기가 속출하고 있다. 올 초 일본 조선업계 2위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는 일부 상선 건조사업 종료를 선언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나가사키에 있는 140년 역사의 고우야키 조선소를 오시마조선소에 매각했다. 일본 조선산업의 심장부인 나가사키 조선소 매각은 업계에 큰 충격을 던졌다. 오랜 수주가뭄과 적자경영에 102년 역사의 조선기업 미쓰이E&S(1917년 설립) 역시 상선 건조시장에서 전격 철수했다.
생존을 위해 경쟁기업과 손을 잡는 사례도 허다하다. 지난해 말 일본 조선업계 1위인 이마바리 조선소와 2위 재팬마린유나이티드는 전격적으로 업무·자본 제휴를 맺었다. 컨테이너선 등 상선 건조시장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에 밀리고, 드릴십 등 고부가선박은 이미 한국 조선사들이 선점해 일본 조선업계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조선업계의 세계 신조선 시장 점유율은 2013년 32%에서 지난해 16%로 쪼그라들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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