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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을 도살장으로’...‘집 잃은 개’ 팔아넘긴 유기동물 보호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28 00:19

수정 2020.07.28 00:19

유기견 보호소에서 관리돼야 할 개들이 도살이 이뤄지는 정읍시 옹동면 개 농장에서 갇혀 있는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유기견 보호소에서 관리돼야 할 개들이 도살이 이뤄지는 정읍시 옹동면 개 농장에서 갇혀 있는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파이낸셜뉴스 정읍=김도우 기자】 버려진 개를 돌봐주고 보호해야할 유기동물보호소가 오히려 개들을 ‘개도살 농장’에 팔아온 정황이 드러났다.

28일 전북 정읍시와 정읍반려동물단체, 동물자유연대 등에 따르면 정읍시가 2019년부터 유기동물 구조 및 보호, 입양을 위탁해온 정읍 칠보 소재 A동물 병원은 보호소에 입소한 개들을 입양 혹은 안락사 시킨 뒤 식용 개 농장에 팔아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호소는 정읍시로부터 한 마리당 12만원의 관리비용을 타 내기 위해 유기견을 허위로 만들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멀쩡한 유기견들을 입양이나 자연사, 안락사된 것처럼 처리한 뒤 도살장으로 보낸 것이다.

이런 사실은 정읍시 반려동물시민단체에 의해 밝혀졌다.


단체 회원들은 보호소 자원봉사를 원했지만 거부당하고, 운영과정이 공개되지 않자 공무원 2명과 직접 현장을 찾아 갔다.

정읍 한 동물 보호소가 개들을 넘긴 개농장에는 각종 개도살 도구가 발견됐다.
정읍 한 동물 보호소가 개들을 넘긴 개농장에는 각종 개도살 도구가 발견됐다.

정읍시 칠보면의 한 야산에서 발견된 A동물병원의 동물보호소 관리사에는 전기·수도시설조차 없었다.

인적이 드문 산 속 폐업한 축사 마당 끝에 개를 키울 수 있는 녹슨 ‘뜬 장’ 3~4개가 놓여진 것이 전부였다.

정육점에서 사용하는 전기 분해기가 놓여 있고, 전기 충격기와 화염분출기(가스토치)가 있었다.

최은희 정읍시 반려동물시민단체 회원은 “물은 파랗게 이끼가 꼈고 장구벌레가 우글거렸으며 오물속에 방치된 개들은 피부병으로 살갗이 다 벗겨진 상태였다”면서 “이런 곳이 혈세를 들여 위탁한 유기동물보호소라고는 믿을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유기견을 도살한 정황이 드러난 전북 정읍시 옹동면의 개농장에서 개들이 사육장에 갇혀 있는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유기견을 도살한 정황이 드러난 전북 정읍시 옹동면의 개농장에서 개들이 사육장에 갇혀 있는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더 충격을 받은 것은 유기견의 숫자였다.

정읍시에서 위탁 받아 운영되는 이 유기견 보호소 명단에 있는 30마리 중 15마리는 보이지 않았다.

확인결과 보호소 관리인이 보호해야 할 유기견 15마리를 농장에 넘겼고, 이를 농장 주인이 도축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리인과 농장 주인은 “관리가 되지 않을 것 같아서 도축했다”면서 “금전적인 거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정읍시가 이 보호소에 유기견 보호와 안락사 비용으로 1억원의 예산을 집행했지만 제대로 관리가 안된 것이다.

정읍시는 A동물병원의 보호소 지정 무효처분과 함께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또 보호소와 도살장에서 확보된 개들의 긴급 피난을 위해 임시 보호소를 만들어 이동조치중이라고 밝혔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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