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을 품기 위해서는 풀어야할 숙제가 남아있다. 우선은 현대HCN의 물적 분할이다. 현대HCN 역시 매각은 물적분할 완료를 전제로 한다고 못을 박았다. 물적분할 심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현대HCN은 사내유보금 3500억원을 존속회사인 현대퓨처넷에 이관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유료방송시장에서 창출한 수익을 방송과 무관한 분야로 이관하는 것이 방송법에 위배되는지 판단이 필요하다.
현대HCN과 KT스카이라이프의 협상도 언제든 깨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KT스카이라이프는 현대HCN 인수 가격으로 5000억원 중반을 써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보다 1000억원 가까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현대백화점그룹이 현대HCN이 보유한 알짜 자산을 KT스카이라이프에 넘기지 않을 것으로 전해지면서 협상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KT스카이라이프가 쓸데없이 무리한 가격을 제시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KT스카이라이프가 제시한 가격을 맞추기 위해서는 KT의 지원사격도 필요하다. KT스카이라이프는 현대HCN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모회사인 KT의 의사결정과는 무관하게 딜을 완성시켰다. 현재 KT스카이라이프의 유보금은 3000억원 정도다. 나머지 잔금을 지불하기 위해서는 모회사에 손을 벌릴 수 밖에 없는 처지다. 하지만 구현모 KT 대표의 비용절감 기조를 감안하면 2000억원 이상의 비용 지출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T스카이라이프가 국내에서 유일한 위성방송 사업자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위성방송은 지상파나 케이블TV가 들어가기 어려운 도서, 산간 등에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기 위해 사업권을 부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KT스카이라이프가 케이블TV 사업자를 인수해 수익 창출을 위주로 운영한다면 공적 책무 수행에 대한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을 인수하더라도 정부 심사 과정에서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이 걸릴 수 있는 대목이다.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을 품기 위해 갈 길은 여전히 멀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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