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식약처에 보관된 의약품 품목허가 정보를 유출하는 대가로 수억원을 챙긴 식약처 직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영업비밀유출·정보통신범죄전담부(부장검사 박현준)는 의약품 품목허가 서류를 국·내외로 유출하고, 의약품 원료 납품 계약을 알선한 대가로 제약회사 등으로부터 2억25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식약처 심사관 A씨(42)를 지난달 4일 구속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A씨를 부정경쟁방지법(영업비밀국외누설등)과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A씨와 제약회사 사이에서 브로커 역할을 하고 수수료를 챙긴 4명도 배임수재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아울러 협력업체 등으로부터 의약품 원료 납품 대가를 상납받아 A씨에게 제공한 B제약회사 직원 3명과 의약품 원료 납품회사 직원 1명도 이날 배임수재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A씨도 업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추가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B제약회사 출신 A씨는 2014년부터 2018년 9월까지 식약처에 보관 중인 의약품 품목허가 서류 30종을 B제약회사 등 모두 7개의 국·내외 제약회사 및 의약품 원료업체로 유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2014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B제약 등 모두 9개의 제약회사 등으로부터 품목허가 서류 유출 등의 대가로 2억2500만원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도 있다.
식약처에서 관리하는 의약품 품목허가 서류는 각 의약품의 성분비와 제조방법이 세세하게 기재되어 있어 일종의 영업비밀이다. 이러한 서류를 외부에 돈을 받고 유출해 이를 받은 제약회사들이 쉽게 품목허가를 받았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수사 결과 일부 업체들은 이같은 방법으로 살충제 품목허가를 받은 뒤, 저가 중국산 원료를 사용해 살충제를 생산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조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품목 허가부터 받은 업체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A씨와 함께 지난달 기소된 제약회사나 납품업체 직원 등 4명과 업체 2곳은 직접 돈을 주고 품목허가 서류 등을 받거나 중간에서 소개를 시켜주고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추가로 기소된 B제약회사 직원 3명은 같은 제약회사 출신인 A씨와 공모해 B제약회사의 협력업체들로부터 의약품 원료 납품 실적에 따른 수수료 명목으로 1억5700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1월 서울지방경찰청으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지난 5월 A씨를 구속한 뒤 6월 재판에 넘겼다. 이후 추가 수사 과정에서 A씨가 영업비밀을 유출한 정황과 이를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정황을 포착해 이날 추가로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식약처 보관의 의약품 정보가 유출된 범죄는 국민의 건강에 직결되는 범죄"라며 "향후에도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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