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뉴스1) 윤원진 기자 = "65년 살았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다."
충북 충주시 엄정면 비석마을에 사는 서승관씨(65)는 이틀 전 산사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서씨는 마을 가장 안쪽 2층 집에 살고 있는데 1일 밤부터 2일 아침까지 내린 비로 산사태가 나 담장과 주택 일부가 파손되는 피해를 봤다.
2일 새벽 4시 30분쯤 개 짖는 소리에 밖으로 나온 서씨 가족은 집 앞 도로가 강으로 변한 모습에 당황했다.
마당에는 산에서 쏟아진 바위와 흙이 쌓여 있었으며 키우던 개 일곱 마리중 여섯 마리는 떠내려가고 한 마리만 흙속에서 머리만 내밀고 있었다.
더욱이 대문 앞 도로는 산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이 사람 가슴 높이까지 올 정도의 수위를 보이며 강하게 마을 아래로 흐르고 있었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느낀 서씨의 딸 서은주씨(38)는 대문을 억지로 열려다가 대문으로 터지듯 밀려드는 빗물에 마당 안으로 내동댕이쳐 지기도 했다.
서씨 가족은 집 앞에 있는 수도 호스를 앞집에 던져 묶어 놓고 호스를 잡고서야 집을 탈출할 수 있었다.
다음 날 비가 그치자마자 집을 찾은 서씨 가족은 산에서 쏟아진 토사가 주택 1층까지 차 있는 걸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집 뒤로는 지름이 2m에 가까운 바위부터 나뭇가지가 섞인 흙까지 쏟아져 내렸고, 없던 수로까지 생겼다.
주차했던 SUV 차량은 10m 이상 토사에 떠밀려 내려가 반 정도가 잠겼고, 키우던 진돗개는 바위틈 사이에서 발견해 구조했다.
비석마을은 산사태로 37가구 중 절반 가까이 피해를 봤다.
서씨 가족처럼 큰 피해를 본 주민은 마을회관에 임시 거처를 마련, 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충주지역 이재민은 모두 148명(3일 오후 2시30분 현재)으로 엄정·앙성·산척·소태면 마을회관이나 경로당 등에서 생활하고 있다.
비석마을 주민들은 "수로 폭이 좁았고 하류 쪽 하수관이 나뭇가지 등에 막히면서 피해가 커졌다"면서 "조속한 복구가 이뤄질 때까지 살던 집에는 무서워서 못 가겠다"고 말했다.
충주 엄정면과 산척면에는 1일 밤부터 2일 새벽까지 330㎜라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충주시도 이날 오전부터 산사태와 도로 유실 등의 피해를 본 엄정면과 산척면 지역을 중심으로 피해 상황을 집계하고 있다.
이날까지 피해 상황은 충주만 인명피해가 사망 2명에 실종 4명, 산사태가 22곳, 농경지 침수가 415㏊, 도로 유실이 28건, 주택피해가 37곳에 달한다.
하지만, 5일까지 충북 북부지역에 최대 500㎜까지 비가 더 올 예정이어서 비 피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시 관계자는 "모든 행정력을 투입해 한시라도 빨리 폭우피해를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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