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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부담 커진 정유업계 "중유 면세해달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03 16:00

수정 2020.08.03 16:27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여파로 유류세 납부 기한 연장을 요청해왔던 정유업계가 이번엔 석유중간제품에 대해 면세를 요청하고 나섰다.

앞서 정부가 유예해준 4월분 세금이 7월말에 몰리면서 세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던 정유업계는 "한국만 적용하고 있는 세제가 경쟁력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개소세법 개정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유업계는 지난 2014년부터 생산공정용 석유중간제품에 대한 개별소비세 조건부 면세를 정부측에 꾸준히 건의해오고 있다.

현행법에서 개별소비세 조건부 면세 대상 석유제품은 의료용, 의약품 제조용, 비료제조용, 농약제조용 또는 석유화학공업용 원료 등 5가지 용도에만 적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유사가 중간제품을 수입해 석유제품 생산의 원료로 사용하더라도, 완제품 중 한가지인 중유로 간주돼 개별소비세가 일부 과세돼 왔다.
중유에 대한 개별소비세는 리터당 17원으로, 2018년 한 해동안 해당 세금에 대한 납부세액은 732억원에 달한다.

정유업계가 중간제품에 대한 면세를 요구하고 나선 배경에는 생산 경쟁력 약화가 꼽힌다. 미국와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의 경우 중유 자체에 대해 과세를 하지 않거나, 중유와 석유제품 원료로 사용하는 중유를 과세 대상에서 구분하고 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럽연합(EU) 등 주요 66개국 가운데 석유제품 생산공정 원료로 쓰이는 중유에 대해 과세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지금과 같이 정제마진이 안좋을 땐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원유보단 중간제품을 쓰는 것이 유일한 상황인데, 한국만 유일하게 과세를 하다보니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뒤쳐질 수 밖에 없는 처지"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유사들은 불황기엔 수익성 개선 전략으로 원유 대신 중유를 선택한다. 올해 2·4분기 국내 정유4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낸 현대오일뱅크도 가격이 싼 남미초중질유를 들여온 것이 수익성 개선에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정제마진이 마이너스 기조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중간제품을 활용해 원가를 절감한 것이다.

특히 지난 7월말 세금으로 한 차례 유동성에 부담을 느낌 정유사들은 저유가, 사상 최저수준의 정제마진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중간제품에 대한 면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로 교통·에너지·환경세(유류세) 4월분을 7월 말로 납부 유예하고 4∼6월분 석유수입부과금은 각 3개월씩 연장했는데, 유예됐던 세금과 당월 세금까지 지난달 말에 몰리며 정유사들은 세금 마련에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정유사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도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중국 정유사와 원유 도입비용 우위의 중동 정유사와 비교해 국내 정유사는 세금 등 부담으로 경쟁력이 낮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생산공정용 중유에 대한 조건부면세 내용을 담은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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