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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극장가에 뜬 절친… "연기는 끊임없는 도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03 16:34

수정 2020.08.03 18:59

'강철비 2' 정우성
'강철비 시리즈' 주인공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간절한 마음 담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이정재
비주얼부터 남다른 무자비한 킬러
스타일·습관 등 캐릭터 스스로 만들어
영화 '정상회담' 보도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정상회담' 보도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태양은 없다'(1998년)에서 호흡을 맞춘 당대 청춘스타, 정우성과 이정재. 멜로, 액션,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에서 연기력을 입증해온 두 배우가 최근 한 주차로 각각 신작을 선보이며 코로나19로 침체된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정우성은 개봉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모은 정치액션드라마 '강철비2: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극한의 인내심과 절제력을 발휘하는 남한의 대통령 '한경재'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이정재는 5일 개봉하는 범죄누아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지금껏 보지 못한 '스타일리시한 킬러'로 변신해 스크린을 압도한다. 20년 넘게 남다른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두 사람은 나란히 감독 데뷔도 앞뒀다.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는 "(정우성, 이정재는) 90년대 X세대의 등장과 함께 모델과 배우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비주얼 배우로 등장했다"며 "타고난 외모를 재산 삼아 지금껏 살아남았다고 오해할 수 있으나, 연기 변신에 대한 노력 끝에 지금에 이르렀다"고 평했다.
또한 "그들의 생존 자체가 스스로 연기 변신을 고민했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정우성 "세상에 늘 관심가지려 노력한다"

액션과 멜로 장르에서 장기를 발휘해온 정우성(왼쪽)은 '강철비2'에서 신체의 강인함보다는 내면의 강인함을 섬세하게 연기해낸다. '강철비2'를 연출한 양우석 감독은 정우성의 연기를 "진화와 성숙"이라고 표현했다. 양 감독은 "'강철비'를 함께 하면서 정우성에게 반했다"며 "속편을 준비하면서 그의 뛰어난 연기력과 배역의 적합성 때문에 한 번 더 캐스팅했다"고 말했다.

양 감독의 러브콜을 받고 고민 끝에 출연한 정우성은 이번 영화만큼은 매순간 신중한 자세를 견지했다. 그동안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 제작도 해온 그는 자신의 배역뿐만 아니라 영화를 둘러싼 여러가지를 고려했다.

정우성은 "'강철비2'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면서 굉장히 직설적인 영화"라며 "정치적인 시선이 개입될 여지도 다분한 소재"라고 언급했다.

특히 정우성은 그동안 문화계 블랙리스트, 난민 등 사회문제에 대해 소신 발언을 해왔다.

그는 "어느 순간 정우성이라는 배우에게 정치적 이미지를 덧씌워 보는 사람이 있더라"며 "혹시나 정치적 시선으로 영화를 해석하고, 영화의 주제와 상관없는 해석이 나올까봐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한경재를 연기하면서 그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한반도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었다. 그는 "남북미 정상회담에서 민족에 대한 안타까움,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간절한 마음 등을 표정에 담고자 했다"며 "'강철비' 시리즈는 한반도가 주인공인 영화"라고 말했다.

올해 데뷔 24년차인 정우성은 롱런의 비결로 "어딘가에 갇히지 않으려는 태도"를 꼽았다. "나란 사람을 찾아가는 게 인생이듯, 주어진 것에 갇히지 않으면서 동시에 주어진 역할에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진다. (배우가) 세상의 사랑으로 존재하는 직업이라 세상에 늘 관심도 갖는다."

■"이정재는 한결같이 노력하는 배우"

영화 '신세계'(2013년) 이후 7년 만에 황정민과 호흡을 맞춘 하드보일드 액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이정재(오른쪽)는 비주얼부터 남다른 무자비한 추격자 '레이' 역할로 다시금 존재감을 발휘한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살인청부업자 인남(황정민)이 일본에서 마지막 임무를 마치고 떠나려던 차에 형의 복수를 빌미로 인남을 맹목적으로 뒤쫓는 레이의 추격을 받게 된다는 내용. 목 전체에 문신을 한 레이는 형의 장례식장에 하얀 롱코트를 휘날리며 등장하는 첫 장면부터 시선을 압도한다. 이정재는 '관상'의 수양대군과 레이를 비교하며 연기에 대한 열정과 캐릭터 분석력을 드러냈다. "수양대군은 행동보다 사고가 폭력적인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 그래서 행동은 아주 점잖게 했고, 말을 할 때나 사람을 쳐다볼 때는 매섭게 표현해 그 인물의 폭력성을 드러냈다. 이번엔 그 반대다. 레이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 적다. 비주얼적으로 레이의 폭력성을 드러내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레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인물인데, 극중 빨대가 꽂힌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들고 다니는 의외의 모습도 보인다. 이 장면 또한 이정재의 아이디어로 빚었다.

"난 정적인 순간에 한 인물의 성격이 드러나는 방식을 좋아한다.
레이가 장례식장에서 형의 사진을 무심히 바라보는 장면도 그 중 하나다. 내가 원하는 눈빛이나 표정이 나오게 하려면 현장 밖에서 나 스스로를 많이 괴롭혀야 한다.
"

홍원표 감독은 "배우 이정재는 한결같은 노력, 평정심이 있다"며 "특히 레이의 스타일, 습관 등을 이정재가 대부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본인만의 해석으로 캐릭터를 소화해냈다"고 전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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