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연봉은 회사가 주는대로'… '깜깜이 채용공고'에 힘겨운 청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04 17:37

수정 2020.08.04 18:40

취준생은 모든 정보 공개해도
구직업체 대부분 연봉 안밝혀
합격뒤 연봉 알고 실망하기도
연봉공개 법제화도 쉽지않아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회사 내규에 따름'

취업준비생과 기업의 관계는 이 일곱 글자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취준생은 면접을 보며 생활기록부와 신체정보, 부모 직업까지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합격할 때까지 기업의 연봉조차 알 수 없다. 회사 내규에 따라 연봉을 책정해 주겠다는 문구만 확인할 뿐이다. 6년째 취업 준비를 하는 조모씨(32)는 "셔츠의 작은 구김까지 조심스러운 면접장에서 연봉을 어떻게 물어볼 수 있겠나.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서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깜깜이 채용'이 답답한 취준생


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기업은 채용과정에서 근로조건을 명시해야 할 의무가 없다. 기업이 공개해야 하는 정보는 채용 절차와 합격 여부 정도다. 근로조건과 관련해서는 채용 이후 구직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해선 안 된다고 규정할 뿐이다. 근로조건을 사전에 어느 선까지 공개하는지는 기업 재량에 따른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이른바 '깜깜이 채용'이 답답할 수밖에 없다. 채용절차를 거치고 합격한 이후에야 자신의 연봉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이 탓에 기업으로부터 통보받은 연봉 수준이 자신의 기준과 달라서 당황하는 일이 생긴다. 계약서를 쓰는 과정에서 입사를 거부해서 구직자와 사측이 모두 곤란한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와 관련한 내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모든 채용공고에 연봉을 정확히 명시하도록 법제화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다.

이 글의 청원인은 "취준생은 본인의 삶 전부를 오롯이 기업에 공개하는데 기업은 가장 중요한 연봉 정보를 '면접 후 결정' '내부 규정에 따름' 등 애매모호한 말로 공개하지 않는다"며 "합격을 한 뒤 첫 출근 직전 혹은 이후에야 연봉에 관해 이야기 들을 수 있는 게 정상적인 건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기업에서 제시하는 연봉 조건이 본인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면 입사를 거절할 수밖에 없다"라며 "인간답게 살고 싶을 뿐인데 그마저도 어려울 정도의 연봉을 기업에서 제시하거나, 취업하기 위해 쏟아부은 그동안 노력과 비교하면 터무니없는 액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금조건 공개 의무화 권고했지만…


연봉 공개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일정 부분 형성되어 있다. 지난 2018년 국민권익위원회는 구직자의 선택권과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채용공고에 임금조건 공개 의무화' 방안을 마련하고 고용노동부에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당시 국민권익위의 관련 조사에 따르면, 설문 대상자 중 75.8%가 임금 조건이 공개되지 않는 경험을 했고 이중 85%는 불충분한 임금조건 공개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선 연봉 공개가 쉽지 않을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 호봉제 형태가 아닌 성과위주의 연봉제를 채택하는 기업이 많다보니 채용 과정에서 이를 모두 공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취업 포털사이트 '잡코리아' 관계자는 "취준생이 연봉 협상 과정에서 느끼는 혼란에 대해서 공감한다"라면서도 "최근 연봉 테이블이 개개인의 능력 편차에 따라 세분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선 일일이 공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는 관계자는 "국민권익위의 권고에 따라 연봉 공개안을 두고 검토한 바 있지만 당장 법제화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라며 "기업 고유의 시스템화되어 있는 근로조건을 공개하라고 강제하기는 어렵다.
다만 채용 이후 근로조건이 바뀌는 등 구직자에게 불합리한 경우에 대해서는 관리·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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